‘서울시 도시및주거환경정비 개정조례안’ 보류
10대 의회 임기 만료와 폐기 예정
“11대 의회에서 공청회 등 거쳐 재논의하기로”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서울시에서 도시정비사업 초기 시공사 자금을 수혈받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자 했던 조합들의 기대가 좌절됐다. 서울시에서 이뤄지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시기를 현행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개정안을 보류, 다음 회기에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이 10대 시의회 마지막 회기인 만큼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14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이성배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시공사 선정시기를 다루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전날 308회 정례회에 안건으로 올라왔으나 결론을 내리지 않고 보류하기로 했다. 10대 서울시 의회 임기 만료와 함께 해당 조례안은 폐기될 예정이다.
재건축·재개발사업 관련 사업 절차를 규정해 놓은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비사업을 공공 지원 형태로 진행하도록 하면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후 선정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 시공사 선정시기에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이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 통과된 설계안에 따라 시공사가 입찰함으로써 과도한 공사비 증가를 막겠다는 것이 애초 취지였다.
두 의원이 낸 개정조례안은 모두 조합 설립 이후부터 시공사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 발의안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적용받는 사업장’에 대해 김 의원 발의안은 ‘정비계획이 수립된 조합이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은 경우’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의원은 “서로의 조례안에 충돌하는 내용이 있어 결국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11대 의회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추가 의견을 수렴한 뒤 다시 조례를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새 의회에서 공청회, 주민의견 수렴 등의 기본 절차를 거치고 새 조례안을 만들어 다시 상정하려면 조례개정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사 선정시기를 당기는 내용의 조례개정안은 그간 재정난을 겪는 조합들에 큰 기대를 받았다. 통상 조합 설립 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1~2년 동안 각종 용역 등을 발주해야 하는 조합은 이로 인해 적잖은 자금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또 조합에서 준비한 설계안으로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 선정이 됐을 때 대부분 사업지에서 설계 변경이 이뤄져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간적·금전적 비효율성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왔다.
서울시 한 재건축조합장은 “시공사 선정시기가 늦어지며 조합들은 중소 정비업체에 고금리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비용은 결국 조합원에 부담되거나 또는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조례안 폐기가) 한편으로 아쉬운 소식”이라고 했다.
조례안이 통과하는 경우 한꺼번에 많은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는 탓에 부작용도 예상됐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조례가 개정되는 경우 당장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는 곳이 강남에서만 10여곳에 이르고 서울 전체에서 수십곳이 넘는 정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원자잿값 상승까지 맞물리며 한꺼번에 여러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경우 조합들이 원하는 대형 시공사가 다수의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컸었다”며 “반면 조례가 개정되는 경우 최근 수주에 허덕이는 중소형 건설사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