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클라이번 피아노콩쿠르 ‘신들린 연주’ 역대 최연소 우승
뛰어난 테크닉, 진중한 태도…
엄청난 실력차 보여준 무대
“무섭게 탐구하는 피아니스트”
우승 이후 전 세계 관심 쏟아져
2020년부터 정몽구재단 지원
‘포스트 조성진’ 티켓파워 부상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등장 당시부터 ‘천재 소년’으로 불린 임윤찬(18·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이다.
임윤찬은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압도적인 기량과 점수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 세계 클래식 팬 3만 명이 참여한 인기투표로 청중상까지 받았다. 음악성은 물론 스타성까지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한 경연자에게 주는 비벌리스미스테일러 어워드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임윤찬은 19일 시상식 이후 가진 현지 기자회견에서 “(제 꿈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를 치며 사는 것이다. 오로지 음악만을 위해 살아왔는데, 아직 배울 게 많다”며 “마음이 무겁고 부담스럽지만 더 노력하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결선 무대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특히 결선 두 번째 곡인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무대는 이견 없이 “다른 참가자들과의 엄청난 실력차를 보여준 무대”(허명현 평론가)였다. 협연을 지휘한 마린 앨솝은 눈물을 훔쳤고, 생중계된 결선 무대 이후 온·오프라인에선 “임윤찬이 우승자”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2004년 2월생인 임윤찬은 이변 없이 1위 트로피를 가져가며,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결선 무대에 대해 허명현 평론가는 “임윤찬은 평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작품에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투영했다. 그러면서도 작곡가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설득력 있는 연주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사실 14일 결선 무대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임윤찬의 우승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두 개의 장애물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15회 선우예권에 이어) 2회 연속 한국인이 우승자가 되는 것”(류태형 평론가)과 “미국에서 주최하는 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가 결선에 진출한 것”(허명현 평론가)은 순위 결정에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임윤찬은 우승으로 두 가지 우려를 뛰어넘었다. 허명현 평론가는 “이번 콩쿠르는 오로지 실력으로만 객관적 평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일곱 살에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연주를 시작한 임윤찬은 등장과 동시에 전도유망한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았다.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열다섯 살인 2019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자로 새 역사를 썼다. 2020년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전형으로 입학했다. 현재 피아니스트인 손민수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는 ‘국내파 피아니스트’다. 2020년부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음악계에선 임윤찬에 대해 “젊은 피아니스트답지 않게 진중한 연주자”라고 입을 모은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임윤찬은 전통에 충실한 연주자”라며 “음악 외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음악의 핵심으로 진입해 음악을 들려주는 타입의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임윤찬은 기적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라며 “아무리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굽히지 않고 음악에 진실되게 혼을 담아내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괴물 신동’이라는 수사를 달고 다니지만, 임윤찬의 성취 뒤엔 “뛰어난 집중력과 엄청난 연습을 통한 무르익은 테크닉”(류태형 평론가)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콩쿠르 역시 하루에 12시간씩 연습하며 준비했다.
손민수 교수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 쉽지만, 그 뒤에 피땀 어린 노력이 숨어있다”며 “그것이야 말로 열정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인 것 같다”고 했다.
등장 당시부터 ‘포스트 조성진’으로 불린 임윤찬은 우승 트로피까지 안은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가 됐다. 전 세계로 생중계된 콩쿠르 무대를 통해 뛰어난 테크닉과 진중한 음악성을 확인받았다. “결선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과정”(허명한 평론가)은 새로운 세대의 ‘천재 피아니스트’를 알린 화려한 신고식이었다.
류태형 평론가는 “자기를 드러내는 것은 서툴면서도 음악 안으로 무섭게 파고드는 임윤찬의 모습은 오래전 예브게니 키신을 떠올라게 하는 측면도 있다”며 “기존의 젊은 피아니스트와는 다른 면이 두드러진 임윤찬의 강렬한 피아니즘에 감동을 느끼는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
벌써 시작된 ‘임윤찬 신드롬’은 ‘티켓 파워’로도 이어지고 있다. 허명현 평론가는 “콩쿠르의 위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음악팬들의 관심도”라며 “아무리 우승을 한다 해도 티켓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허울 뿐인 영광인데 이번 콩쿠르는 실시간 시청자의 숫자, 이후 공연의 티켓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윤찬의 가장 빠른 국내 공연인 ‘클래식 레볼루션 2022’(8월 20일·롯데콘서트홀)는 벌써 매진됐다. 손민수 교수는 “윤찬이가 피아노 세계에 큰 획을 긋는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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