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무산책임 피하려는 꼼수”

내년이면 임기 끝…논의될지 미지수

중소기업들의 숙원이었던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이 결국 물 건너갔다. 최저임금위원회 내 사용자, 근로자 위원들간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구분 적용의 근거가 될 기초연구 수행을 권고하며 논의 시점을 내년으로 미룬 것이다.

이를 두고 중소기업계에서는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차등화 도입의 부담과 적용 무산의 비난이라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이같은 ‘면피성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지난 21일 열린 5차 회의에서 정부가 업종별 구분적용, 생계비에 관한 기초 심의자료를 연구해 내년 심의요청일 이전까지 위원회에 제출해줄 것을 권고했다.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사용자단체는 이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익위원 전원이 업종별 구분적용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바람직하게 평가한다”면서도 “공익위원들이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한 것을 지키지 않고, ‘공익위원 권고’로 처리해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공익위원들은 당초 업종별 구분 적용 연구용역 시행 여부를 표결을 거쳐 최임위 차원에서 심의·의결하는 방안을 약속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결국 공익위원 권고로 격하됐다. 권고의 무게감이나 강제성 면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경영계에선 내년 심의 기초자료가 충족된다고 해도 이를 충실히 논의할 지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최임위 공익위원들의 위촉기간은 2024년 5월까지. 사실상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마지막이 되는 셈이다. 업종별 구분 적용 의지가 의심되는 공익위원들이 내년 심의에 얼마나 충실히 임할지는 미지수다.

중소기업단체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지급 과정 등에서 확보된 데이터만 가지고도 업종별 구분 논의를 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공익위원들의 이번 권고는 업종별 구분의 부담을 내년으로 미루고, 책임을 떠넘기는 면피성 결정”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5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5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

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