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액션 블록버스터 ‘탑건: 매버릭’은 며칠 전 환갑을 맞은 톰 크루즈가 멋있는 건 혼자 다하는 영화다. 36년 전 나온 1편에 이은 속편 격이니 당연히 추억과 복고, 향수의 색채를 띠기 쉽다.
이야기도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이 자신이 졸업한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훈련학교 ‘탑건’ 교관으로 컴백해 아들뻘 후배들을 가르치며 이들과 함께 국경을 뛰어넘는 위험한 임무에 투입된다. 단순구도로만 본다면 마블영화는 젊은 세대들이, ‘탑건: 매버릭’은 중장년세대가 각각 좋아할 것 같다. 디지털 vs 아날로그, CG vs 리얼 액션 구도로도 읽힌다. 하지만 젊은 세대도 ‘탑건: 매버릭’을 많이 본다. 톰이 결코 마블의 흥행에 뒤지지 않는다.
‘탑건: 매버릭’은 아날로그 세대에 대한 헌사만은 아니다. 톰 크루즈라는 배우 자체가 판타지다. 미디어데이 때 톰을 앞에서 봤는데 얼굴에 주름이 조금 있었지만 머리숱이 빽빽했으며 건강해보였다. 자기관리가 잘돼 있는 사기캐였다.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네.’
매버릭 캐릭터는 남자의 로망을 모두 건드린다. 높은 기압과 중력 상태에서도 마하 10의 속도로 전투기를 모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이며, 지상에서는 빈티지 모터바이크를 타고 질주한다. 바다에서는 여자친구와 요트를 타며 세일링을 즐긴다. 육해공을 확장시킨 매력에 남녀노소 모두 다 빠져든다.
그런 영화 속 연기를 톰은 직접 한다. 물론 많은 비행이 미 국방부의 도움 아래 해군 조종사들이 촬영에 나섰지만 실제 조종사 면허증을 보유한 톰도 마일즈 텔러와 글렌 포웰 등 출연배우의 훈련을 독려하며 실제 전투기 탑승 촬영을 도왔다.
톰 크루즈의 경우 매버릭이란 판타지 캐릭터가 뜬 게 아니라 캐릭터와 배우의 일치 현상이 일어났다.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실제로 저렇게 사는 사람을 본 것이다. 거기서 주는 임팩트는 아무래도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신세대는 중년에 비해 ‘탑건: 매버릭’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본다고 한다. 임무수행을 위해 저고도 비행과 협곡을 곡예 비행하듯 날아다니며 전투기를 조정하는 것을 무슨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즐기듯 한다. 상대국이 어떤 나라인지 등 상대국 서사가 전혀 없는 상태라 더욱 게임 속 세계 같다.
‘탑건: 매버릭’은 극장용으로도 가장 알맞다. 톰이 팬데믹으로 2년간 개봉을 미루면서도 OTT로 가지 않고 결국 극장에서 개봉한 이유를 알 만했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극장에서 보면 재밌다는 사실을 납득시켰다.
이 영화가 아날로그 세대에 대한 헌사만은 아니라고 했지만 흘러감,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는 있다. 매버릭이 항상 문자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구하는 ‘아이스맨’ 역의 발 킬머는 실제 기자보다 이틀 먼저 태어나 특히 감정이입이 잘됐다. 깐깐한 해군제독으로 활약했지만 퇴역하고 후두암에 걸려 말도 잘 못하고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다 결국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스타로 진급하지 못하고 만년 대령인 매버릭은 케인 제독으로부터 무인전투기 체제가 돼 파일럿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소리를 듣자 “Maybe so, sir. But not today(아마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라고 답한다.
이 말은 맥아더 장군의 군가 한구절을 인용한 의회 퇴임연설인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보다 더욱 현실적이다. 맥아더의 연설은 그 정신만은 이해되지만 말장난 같은 레토릭의 모호함도 품고 있다.
벌써 명대사가 된 ‘But not today’라는 말을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후배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는가. 아니, 존경까지는 아니라도 실력을 갖춰 후배들의 인정을 받고 있는가. 톰 크루즈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20년 넘게 부장으로 있는 나에게 대입해보니 후배 기자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왔다.
서병기 문화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