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는 사업마다 실패해 빚더미에 앉고 가족과도 멀어진 50대의 한 남자가 있다. 한강에 뛰어들려다 매서운 칼바람에 포기하고, 차 안에 연탄불을 피웠지만 이마저도 철저한 성격 부족으로 죽기에 실패한 남자, 그는 늘 그렇게 ‘운’과 거리가 멀었고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죽음에의 뜨거움이 살짝 식은 틈을 타 그의 안으로 한 단어가 밀고 들어온다. 한강에서 나와 서울역사를 서성일 때 들었던 ‘변화’라는 말, 평소에 숱하게 들었고 어떤 감흥도 없는 그 말에 그는 묘하게 붙들린다.
남자는 과거 나름 몸이 탄탄했던 사진을 보다 작은 결심을 하게 된다. 자세를 바르게 하는 걸 지상과제로 삼자고. 그 하찮은 다짐은 어떻게 됐을까?
밀리언셀러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의 신작 장편소설 ‘튜브’(창비)는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간 중년 남자의 자존감 회복 분투기이자 아프고 힘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다. 작가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달라는, 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나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남자는 ‘변화’를 거창하게 품지 않는다. 눈으로 확인가능한 몸을 바꾸기로 한다.
“허리는 위로, 어깨는 아래로, 등은 그 사이에, 백 투 더 베이직”이라는 외침을 매일의 기도처럼 읊으며 남자는 하루 5분 바른 자세 유지에 집중한다. 배달로 하루하루 그런대로 살아가는 그는 과거 사업할 때 데리고 있던 진석이를 만나면서 엉뚱한 데서 빛을 만나게 된다.
우화처럼 담백함과 넉넉한 유머가 빛나는 소설은 작가가 ‘아몬드’에서 보여준 주변과의 소통과 성장이란 주제와도 연결된다. 중장년의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 세계와 다시 관계 맺는 법을 배워 인생을 헤쳐나갈 힘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손원평은 ‘작가의 말’에서 “제가 제안하는 건, 함께하자는 겁니다. 어떤 인생이든 그 안엔 절망과 희망이 함께 깃들어 있고, 작든 크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줄 지푸라기를 잡고 싶어”한다며, 지푸라기가 잡고 올라갈 수 있는 튜브가 될 수 있도록 서로 힘을 불어 넣어주자고 제안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튜브/손원평 지음/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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