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 미국법인 CEO로 전 삼성전자 미국법인 임원 선임

국내 디스플레이 임직원들 BOE로 이동 지속

BOE 등 중국의 디스플레이업계 영향력 확대될 듯

스콧 번바움 BOE 미국법인 CEO. [엑스삼성 홈페이지 캡처]
스콧 번바움 BOE 미국법인 CEO. [엑스삼성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 매출 1위인 중국 BOE가 미국 법인 최고경영자(CEO)로 삼성전자 출신 임원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BOE 미국 법인의 CEO로 스콧 번바움 전 삼성전자 미국 법인 상무가 선임됐다.

번바움 전 상무는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년간 삼성전자 미국 법인에서 조 단위 규모 LCD 관련사업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기업가, 벤처투자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삼성 출신 직원들의 글로벌 커뮤니티인 엑스삼성(Xsamsung)의 멤버이기도 하다. 재직 당시 TV를 끄면 예술작품이 켜지는 상품을 출시하는 데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화가의 그림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여러 작품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스타트업(MORF AI)을 2019년부터 창업해 경영하고 있기도 하다.

번바움 CEO뿐 아니라 LCD사업 관련 삼성전자 직원 상당수가 BOE로 이직한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앞서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과 LG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엔지니어 100여명이 BOE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업계에서 번바움 전 상무의 BOE행(行)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출신 임원이 봤던 내부 시스템이나 구축했던 네트워킹을 확보해 BOE가 지속해서 한국의 시스템을 모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의 여러 무형적 요소가 유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OE로서는 삼성전자가 TV 등 패널을 사주는 큰 고객이기에 삼성과 인맥이 있는 사람을 고위 임원으로 임명해 계속해서 판매 활로를 유지하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선 전반적으로 BOE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지속적 인력 이동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관련 기술인력 유출이 지속되면서 디스플레이시장이 중국에 밀리는 현상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에서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포함해 매출 648억달러를 기록했다. 41.5% 시장 점유율로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시장 점유율은 8.3%포인트 낮은 33.2%를 기록했다. 한국이 1위 타이틀을 넘겨준 것은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추월의 중심에는 BOE가 있다. BOE는 2002년 현대전자의 LCD사업부가 분사돼 설립된 하이디스를 인수해 LCD기술을 취득했다. 이후 하이디스를 부도 처리하고 2003년부터 LCD를 직접 생산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업고 낮은 가격을 앞세워 2020년 삼성·LG를 제치고 LCD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특히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저가 공세로 판매물량을 늘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높이고 있다.

한국은 LCD시장에서 중국에 밀리자 고부가가치 OLED시장 공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저가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추격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다. 최근 BOE가 애플 ‘아이폰14’ 일부 라인업에 OLED 패널을 처음으로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BOE에 대한 기술적 신뢰 문제가 불거졌고 제품 단독 공급도 아니지만 애플이 해당 회사의 가격경쟁력을 결국 선택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으로의 지속적인 인력 유출을 막을 방안 역시 정부가 계속 검토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