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연대, 대통령실 앞에서 ‘반대집회’

“만 5세 취학, 발달권 침해…경쟁 내몰아”

“30년 전 실패…학부모가 외면한 정책”

“장관·대통령, 결정…경제논리 따른 추진”

1일 오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30여개 교원·학부모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1일 오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30여개 교원·학부모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학부모들을 비롯한 교육계가 ‘만 5세 취학’이 영유아 발달권을 침해하고 경쟁 교육을 부추긴다며 해당 학제개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30여개 교원·학부모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이하 범국민연대)는 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범국민연대 측은 이날 회견에서 “대통령 공약,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교육계 내부 논의도 없었던 사안이 장관 보고와 대통령 지시에 의해 개편되는 기막힌 광경을 보고 있다”며 “학부모와 교육계는 철회될 때까지 총력을 기울여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만 5세 취학정책이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단체들은 “1997년부터 법령을 통해 만 5세의 초등학교 입학을 허용한 이후 원하면 만 5세도 입학이 가능하다”면서도 “시행 첫해 5849명이 조기 입학했으나 2021년 537명에 불과하며 오히려 취학 유예 아동은 2020년 2만654명”이라고 비판했다.

범국민연대는 해당 학제개편안이 절차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장관 보고가 논의의 시작이 아닌 결론이 되고 대통령의 ‘조속한 시행’이라는 지시로 마침표를 찍었다”면서 이는 “헌법 제31조 제4항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고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업무보고 뒤 “초·중·고교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어 이 단체들은 교육부가 해당 연령 유아에게 적합한 교육적 고려 없이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경제 논리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국민 중 누구도 교육 격차의 근본 원인을 취학 연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근본 원인인 대학 서열화와 고교 서열화를 해결하는 게 진정한 교육 격차 해소방안”이라고 일갈했다.

범국민연대는 “만 5세 입학 시 15개월 차이가 나는 유아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지게 되는 것”이라며 “제각기 다른 성장속도를 가진 아이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칠 교사들 고충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2025년부터 2018년생과 2019년 1~3월생부터 단계적으로 해마다 25%씩 순차적으로 입학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연도별 취학 아동인원은 2025년 40만2491명으로, 15개월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한 학급에서 공부하게 된다.

범국민연대는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체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운영비용 급증 등을 견디지 못하고 폐원하는 가운데 그나마 버티는 기관조차 문을 닫아야 한다”며 “200만 영유아를 보호하는 교육기관들과 가정에도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는 정책을 교육부가 무책임하게 발표했다”고 말했다.

범국민연대는 한국 부모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대입 경쟁의 시작점으로 인지하는 점을 언급하며 아이들이 경쟁으로 1년 더 일찍 몰리는 점을 강조했다. 단체들은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유아 중심·놀이 중심 교육과정 또한 파행적인 교육과정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아이들의 성취가 부모 경제력에 좌우되는 사교육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되고 교육 불평등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