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여파 직격탄 맞는 중기
차등제·주휴수당 등 요구 결국 묵살
일사분란 노동자 측과 대비되는 모습
중기단체 중심으로 강력한 요구 절실
2023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5.0% 인상된 9620원으로 결국 확정됐다. 지난 6월 30일 최저임금위원회 표결을 거쳐 제출된 인상안은 5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종 고시로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현실을 외면한 노동자 측의 인상 요구와 사용자 측의 강한 반발, 공익위원 측의 중재 제시안 표결로 이어진 올해 심의·결정과정은 예년과 한치도 다를 바 없는 데칼코마니였다.
이에 반발한 경제단체들의 이의제기와 재심의 요구가 빗발쳤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1987년 이래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재심의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사업체의 99.9%, 종사자의 81%를 담당하며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제1선에서 맞닥뜨려야하는 중소기업계. 하지만 국가경제 기여도나 비중을 따져봤을 때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찬밥신세’라는 중소기업인들의 한탄이 괜한 말이 아니다.
노·사·공익위원 세 축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보면 중기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대 요구사항이었던 업종별 차등 적용은 고사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주휴수당'을 배제해달라는 요청도 묵살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주휴수당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추가 지출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지불 능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한 대기업과 달리, 수익성 악화에 치명적인 중소기업계는 이를 개선해달라는 요구를 수년 째 이어가고 있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내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목소리와 소상공인 업종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식당 점주는 “최저임금 탓에 생존을 걱정하는 소상공인들이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결국은 정치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게 사실”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가 중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더불어 현장의 중소기업인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중기업계 ‘패싱’에 중기단체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자 측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탄탄한 연대로 최저임금 논의에 목청을 높이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제조업체 대표는 “최저임금 논의 과정을 보면 노동자 측은 일사분란하게 뜻을 모으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 반해, 사용자 측은 일정 부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차가 드러나는 것 같아 보인다”라며 “여론전이나 실력행사 면에서 화력 차이가 나면 공익위원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이 같은 악순환이 내년에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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