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외이사 퇴진 압박 이어 이순우 우리은행장 연임포기 후임엔 서금회 멤버 내정설 대우증권사장 선임 개입설도
겉으로 볼 때 ‘관피아’(관료+마피아)는 속속 사라지고 있다. 세월호 사태가 이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면에는 ‘관치’(官治)가 여전하다. 무늬만 민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불거진 ‘신관치금융’(新官治金融) 논란이다.
국책은행장은 관료 차지였다. 금융권 유관기관의 수장도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 자리를 민간이 속속 꿰차면서 관피아 시대가 저물고 관치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의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과 김용환(행시 23회) 전 수출입은행장에 이어 학계 출신의 홍기택 회장과 전 우리은행장인 이덕훈 행장이 각각 바통을 이어받았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로 극심한 내부 갈등을 빚었던 임영록(20회) KB금융지주 회장도 결국 물러났다.
금융협회장은 민간 출신으로 물갈이됐다. 1년여 동안 공석이던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는 지난 8월 문재우(19회) 전 회장에 이어 LIG손해보험 사장 출신인 장남식 회장이 들어왔고, 김규복(15회)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최종 후보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단독 추천됐다.
순조로운 것 같던 민간으로의 이양에 최근 옷을 갈아입은 관치가 되살아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밀어붙이는 인사를 외면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기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새로운 관치의 그늘은 KB사태부터 드리워졌다.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된 회장과 행장을 물러나게 한 금융당국은 KB사태의 책임을 물어 사외이사의 사퇴를 우회적이지만 강하게 압박했다. 안정된 지배구조를 갖춰야 KB금융이 LIG손해보험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결국 금융회사 사외이사 제도 전면 개편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상시 운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한 지난달 20일, 이경재 KB금융 사외이사(이사회 의장)의 사퇴를 이끌어내면서 금융당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런 가운데 모범규준은 재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모범규준은 상위법 근거가 없다. 경영권을 제약하고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 특히 상법상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권한인데 임추위를 통해 대표이사 대상 후보를 사전에 한정토록 해 금융회사 주주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혹평했다.
은행연합회장 선임 과정에선 KB금융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낙마한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의 내정설이 이사회 1주일 전부터 흘러나왔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규정이 바뀐 줄 알았다”고 의아해했다. 이사회의 추천과 동의 절차 후 총회를 거쳐야 하는데도 말이다.
신관치가 속속 파고든 셈이다. 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인 한 인사는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막상 회의장에 들어가면 거수기 노릇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줄곧 레이스 완주를 장담했다. 하지만 신관치의 그늘이 이 행장을 압박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견해다.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신관치 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의 대우증권 사장 내정도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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