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대표적으로 잠이 부족한 나라다. 2016년 OECD 통계자료에서 수면시간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2021년 필립스에서 시행한, 13개국 1만3000명의 글로벌 수면 서베이 결과에서도 한국인의 수면에 대한 만족도는 약 40%로, 세계 평균 55%에 비해 매우 낮았으며, 평균 수면시간 역시 6.4시간으로 가장 낮았고, 수면의 질에 대한 욕구는 85%로 가장 높았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통틀어 수면제품(또는 수면보조제품·sleep aids)이라 부른다. 수면장애의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로부터 더 나은 수면을 위한 건강기능식품과 매트리스, 베개 그리고 수면을 측정하는 IT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이에 포함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추산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수면제품시장은 약 80조원으로, 매년 평균 6.9% 이상 성장, 2030년에는 145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국내 조사에서도 국내 수면제품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여러 자료에서 약 3조원을 넘는 수준이라고 알려진 바 있다.

해마다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수면제품들과 더불어, 최근에는 IoT 기술과 접목된 수면 웰니스 제품들이 부쩍 늘었는데 이들은 수면 상태를 추적하고 사용자에 적합한 수면습관을 알려주며 수면의 질을 높여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침대는 과학이고 수면은 의학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러한 위상에 걸맞게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면제품의 유효성 검증과 사용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절차가 국내엔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서 2015년부터 ‘굿슬립’이라는 이름의 수면제품 적합성 인증을 수행하고 있지만, 회원사에 한해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라는 한계가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부터 수면제품 실증을 위한 기반 구축사업(수면실증사업)을 충청남도, 아산시와 함께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충남 테크노파크를 주관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 서울대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대전대천안한방병원 등이 참여 중인데 올해까지 30여개가 넘는 수면제품의 실증 평가와 함께 기업에 대한 시작품 제작, 국내외 홍보 그리고 제품의 기술고도화를 지원한 바 있으며, 수면제품의 전문적인 실증과 기업 지원을 위해 아산시 연구·개발 집적지구에 수면산업지원센터를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이 사업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국인 일반인의 수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약 2500명의 참여자로부터 한·양방 의료정보, 수면 임상정보, 유전체 정보와 함께 2주 이상 착용한 웨어러블기기로부터 얻어지는 수면·활동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의학적 체질 또는 아침형·저녁형의 수면일주리듬 등 개인 특성에 따른 수면 패턴과 건강 상태가 기업에 제공됨으로써 더 효과적인 개인 맞춤형 수면제품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수면제품 판매량이 7배 증가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우리나라 수면산업의 성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수행되고 있는 수면 실증사업에서 국민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수면제품의 인증 절차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시우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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