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평화, 행복, 지혜 등 상징

병풍리 북쪽 본섬 병풍도의 맨드라미 꽃동산에선 10월1일부터 축제가 열린다.
병풍리 북쪽 본섬 병풍도의 맨드라미 꽃동산에선 10월1일부터 축제가 열린다.
황금 빛 마테오 기쁨의 집
황금 빛 마테오 기쁨의 집
섬티아고 순례길 1코스 베드로의 집
섬티아고 순례길 1코스 베드로의 집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천사의 섬 신안군 병풍리 대(大)기점도 선착장 부두에 내리자 마자 다섯걸음만 가면 그리스 산토리니 색감의 건강의 집(베드로:1번 성지)을 만나고, 신고식으로 종 한 번 울린다. 이 선착장의 화장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聖)스럽게 지어져, 처음엔 예배당인줄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섬티아고 순례길 제1성지에 매달린 종 뒤로 주홍섬 병풍군도 마을이 보인다.
섬티아고 순례길 제1성지에 매달린 종 뒤로 주홍섬 병풍군도 마을이 보인다.

물 들어 오기 전에 순례를 마치기 위해, 썰물 때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노두길을 따라 부리나케 12번째 성지로 직행하는 동안, 다른 성지의 신비감을 깨는 스포(spoiler)를 스스로 할까봐, 궁금해 죽겠는데도 앞만 보고 6㎞를 곧장 걷는다. 종교를 초월해 모두가 즐기는 걷기여행길이다.

병풍리 최남단 딴섬은 소악도에서 모래해변을 건넌다. 물때에 물이 가장 먼저 드는 곳이라 서둘러 찾는다.

제12 성지 가롯유다의집
제12 성지 가롯유다의집

첨탑을 가진 고딕양식의 작은 교회 가롯유다의집(12번:지혜의 집)이 바다를 내려다 본다. 몽쉘미셸의 미니어처 같은 풍경, 그곳에서 선남선녀 청년 커플이 애교만점의 포즈로 사진찍는 모습이 정겹다. 이곳을 오가는 딴섬-소악도 사이 모래밭엔 순례자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

사랑의 집
사랑의 집

소악도로 돌아오면 시몬의 사랑이 깃든 휴식터, 사랑의집(11)를 만난다. 문을 두지 않은 것은 누구든 들어와 사랑의 느끼고 가라는 이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마름모꼴 흰색 콘크리트 건물 꼭대기에 빨간 하트(♥) 표식이 있고 그 아래 산티아고 순례길 표식인 5개의 가리비가 작은 창을 둘러싸고 대칭구조로 매달려 있다. 사랑의 조형물들은 장판 같은 신안 내해의 바닷물결과 함께 순례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칭찬의 집
칭찬의 집

다대오 유다는 죽는 순간 까지 칭찬과 찬송, 희망을 얘기했다. ‘칭찬의 집’(10)이 있는 소악도 노두길 삼거리는 자전거 순례자들의 하이킹 길 교차점이다. 물결모양 뾰족지붕, 흰색 예배당, 파란색 창문 6개가 빚어내는 미학이 정겹다. 마당은 타일로 꾸며 우아미도 느껴진다.

소원의 집
소원의 집

소악도 둑방길 끝 작은 야고보의 집(9:소원의집)은 프로방스풍의 건물 위쪽에 물고기 모양의 스텐드글라스를 두었다. 예수와 제자들이 살던 갈릴리 지역은 어촌이었는데, 이곳 역시 풍어를 기원하는 어부의 오두막처럼 지었다.

기쁨의 집
기쁨의 집

남북 소악도를 잇는 노두길옆 마태오 기쁨의 집(8)은 12곳 중 가장 아름답다는 빅3 안에 늘 꼽힌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듯 다가가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금빛 양파지붕를 올려다 보면 여행자 마음은 천상의 황금마을에 들어온 듯 풍요로워진다. 주변엔 신이 펜글씨로 일필휘지라도 한 듯, 갯벌 계곡이 멋지게 그려져 있다. 안에 들어가 금빛 의자에 앉아 생물자원의 보고, 세계자연유산 갯벌 모습을 액자그림 처럼 감상한다.

인연의 집
인연의 집

고개 숙여 별을 보는 토마스 ‘인연의 집’(7)은 소악도 게스트하우스 뒤편 오솔길 끝자락에 있다. 푸른 초원에 둘러싸인 이 집 마당에 별들이 총총 내려 앉았다. 은총이 지상에 임한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바르톨로메오의 집(6:감사의 집)은 기점도에 있는 큰 호수 한복판에 있는 교회이다. 12개 성지 중 가장 아름다운 성지 중 하나이다.

감사의 집
감사의 집

‘물 위의 유리집’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스테인리스 구조물과 투명 홀로그램 필름으로 마감했다고 한다. 스스로도 영롱한 빛을 발산하고 주변이 모두 이 조형물에 반영되니, 자연을 모두 담겠다는 뜻이다. 태양광 패널도 설치돼 낮의 빛을 모아두었다가 밤에도 은은한 빛을 낸다.

행복의 집
행복의 집

북 소악도 노두길을 지나자 마자 소기점도 어귀에 있는 행복의집(5)은 말을 좋아했던 필립이 풍어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말 안장모양의 예배당 허리와 지붕을 만들고 꼭대기에 물고기 장식물을 두었다.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형태로 적벽돌과 갯돌, 적삼목이 지붕과 허리를 장식하며 기와집 분위기를 냈다.

평화의 집
평화의 집

저수지 옆에 있는 원기둥 모양의 요한 평화의 집(4)은 예배당 뒤편, 길다란 구멍으로 민가의 무덤을 보도록 설계해 경건함을 더한다. 갈색 앞마당은 순례자를 환영하는 융단을 펼쳐놓은 듯 하다.

섬티아고 순례길의 의미를 더하는 산티아고의 그리움의집(세인트 야고보:3)은 대기점도 저수지를 지나 숲속으로 조금 들어가야 나온다.

산티아고(세인트야고보)의 집
산티아고(세인트야고보)의 집

논둑길을 따라 작은 호수 주변 숲속의 작은 예배당이다. 거울와 통나무 문양으로 꾸며진 거울 앞에서 누구든 자신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는다. 거울의 비친 순례자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기회이다. 심플한 디자인에 로마식 기둥을 입구 양쪽에 세워 안정감이 돋보인다.

내부엔 분홍색 창틀이 있고, 에밀레종 문양이 그려져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옆쪽 창틀엔 나무조각이 놓여 바깥 숲과 잘 어울린다. 예배당이 자연, 인간, 전통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려는 세심한 배려들이 보인다. 스페인 갈리시아주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 애착이 가는 곳이다.

생각하는 집
생각하는 집

고양이가 지키는 안드레아 생각하는 집(2성지)은 소기점서 대기점 가는 노두길 입구, 북촌마을 동산에 있다. 갯벌의 풍경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건강의 집
건강의 집

다시 대기점도 부둣가의 베드로의 집(1성지:건강의 집)을 멀리서 보면서, 우리는 병풍리 북쪽 본섬의 병풍도 맨드라미 꽃밭을 향해 달린다. 3만4500평 병풍리 맨드라미 꽃밭은 세계 최대규모이다.

오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맨드라미가 절정에 이를 때, 축제가 벌어지는데, 이미 몇 주 전부터 맨드라미들은 활짝 피어나 있었다.

병풍도 맨드라미
병풍도 맨드라미

맨드라미 축제 때엔 보랏빛 박지-반월도도, 동백나무 파마 암태도도, 옐로우섬 선도도 가을 신안의 주인공 주홍색 병풍도를 엄호한다. 그리고 열 두 명의 성인들이 여행자와 주민 모두를 편안히 지켜줄 것이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