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겉도는 정부대책
“신고해봤자 별 소용 없다” 피해자 64% 그냥 참고 넘겨 전국에 관련 전담 전문센터 전무 경찰 1명이 10개교 담당 효과 의문
서울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문상담사로 일하는 박모(43ㆍ여) 씨. 지난 2008년 학교폭력 등 위기학생을 종합상담하는 위(Wee)프로젝트가 출범한 이후, 박 씨도 지난해부터 Wee클래스에서 학생들을 상담해오고 있다.
하지만 박 씨는 이달 중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내년도 계약을 앞두고 기존 상담사들을 계약해지 후 신규채용하겠다는 교육청의 방침 때문이었다.
박 씨와 같은 처지에 처한 전문상담사는 전국적으로 3425명에 달한다.
지난 7월 정부의 학교비정규직 고용안정대책으로 인해 1년 이상 상시 지속적 업무담당자의 무기계약 전환이 발표되자 강원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청이 기존 상담사의 계약 해지 후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박 씨는 “학교폭력 등 학생상담의 경우 피해학생들과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한데, 1년 단위로 상담사가 바뀐다면 누가 와서 고민을 터놓겠느냐”며 “특히 최근 사이버폭력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이 심해지는 추세에서 전문성을 키우도록 장려는 못할망정, 그나마 있는 인력도 줄이는 것은 학교폭력 척결에 대한 의지부족”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겉돌고 있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정부도 잇달아 대책을 내놨지만 전통적인 물리적 폭력에 집중돼 은밀해지고 있는 사이버폭력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먼저 사이버폭력에 대한 정부 및 학교현장의 인식과 대처가 미비한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사이버폭력 실태’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29.2%가 타인에게 사이버폭력을 가한 적이 있고, 30.3%가 사이버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지만, 피해자의 41.8%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대응의 이유로 학생들의 절반 이상(64.4%)은 “신고해봤자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실제 지난해 교육부 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신고돼 조치를 받은 학교 폭력 유형 중 사이버 폭력에 해당하는 경우는 전체의 2.9%에 그쳤다.
사이버폭력을 전담으로 하는 전문센터도 전무한 상황이다. Wee프로젝트 출범 후, 각 학교단위의 Wee클래스, 교육지원청 단위의 Wee센터, 교육청 단위의 Wee스쿨로 나눠 운영 중이지만 물리적 폭력 등 전통적 학교폭력에 집중된 한계를 가진다는 평가다. 사이버폭력에 대한 신고도 전문성과 접근성이 떨어진다. 현재 학교폭력 관련 피해 및 상담을 전담으로 하는 정부의 신고센터는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로 통일돼 있다. 하지만 전화 접수만 이뤄지고 있어 신고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선뜻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 접수대상도 사이버폭력만이 아닌 학교폭력 전반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도 ‘117앱’이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창구를 다각화하고 있지만 서울지역에 국한돼 운영 중인 실정이다.
경찰이 시행 중인 학교전담경찰관제도(SPO)도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배치된 SPO 수는 681명으로 경찰관 1인당 담당 학교가 16.7개교에 달한다. 서울지역의 한 SPO는 “SPO 도입 후 확실히 눈에 보이는 폭력은 줄어든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한 명당 10개가 넘는 학교를 담당하다보니 사이버폭력과 같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신경쓰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학교폭력 예방중점 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학교폭력의 세계적인 추세가 물리적 폭력에서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사이버폭력으로 넘어가는 시점임을 감안해 사이버폭력에 대한 전문적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연구원 선임위원은 “사이버폭력은 과거 물리적 학교폭력과 달리 은밀하게 이뤄지고 파급력이 크다”며 “이러한 사이버폭력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를 실효적으로 예방, 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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