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 6개월…수요시위 가보니
정의연·보수단체 간 중복집회 ‘여전’
같은 공간에서 상반된 목소리 공존
“집회 법적 권리, 마찰없도록 노력”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주변에 소리가 묻히니까 더 외칩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4월 18일) 후 6개월 남짓의 시간이 히른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는 제1565회 수요시위와 이를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리며 마찰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정오께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는 서울지방국세청 앞 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차선 도로 중 한 차선에는 차가 지나갔다. 다른 한 차선에는 추워진 날씨 탓에 조끼와 외투 차림의 학생, 수녀 등 참가자 300여명이 폴리스라인 앞에 앉아 노래 ‘바위처럼’을 부르며 행사를 시작했다.
인근에서 상반된 주장을 하는 단체들이 서로를 방해하는 모양새다. 수요시위 현장에서 2~3m 떨어진 곳에서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회원들이 피켓을 들었다. 시위가 시작된 후 엄마부대봉사단 회원들도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옆에서 등장했다. 스피커를 통해 수요시위를 비판하는 집회와 수요시위가 동시에 진행됐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중심으로 구역별로 경력을 배치했다. 그러나 공간이 협소한 탓에 한 장소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처럼 보였다.
옛 주한일본대사관 자리의 소녀상 주위에서 행사를 진행했던 정의연은 보수단체들이 장소를 선점하하자 인근으로 장소를 옮기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같은 날 소녀상 자리에서는 대학생 반일단체인 반일행동 회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30m 떨어진 거리에서는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며 목청을 높였다.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동안 보수단체 회원들은 “거짓말을 멈추고 진실을 말하라”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 시위하지 마라” 등의 주장을 계속 반복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서로를 촬영하는 참가자 사이에서 시비가 붙자 경찰이 중간에서 충돌을 막는 모습도 보였다.
같은 공간에서 4, 5개 단체가 동시에 내는 발언과 음악, 외침에 인근 시민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현장 인근 건물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인 최모 씨는 “건물 안까지 들려 오는 집회 소리에 오늘은 ‘이벤트가 있는 날’이라는 생각으로 넘긴다”면서 “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장소를 돌아가면서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지나가던 60대 시민 홍모 씨도 “코로나 이후로 홀로 오랜만에 광화문을 찾았는데 극과 극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다들 사정이 있겠지만 이판사판처럼 보여 씁쓸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통해 경력을 배치해 안정적으로 집회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협소한 장소인 만큼 마찰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집회 보호는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중복 집회로 인한 대치가 벌어진 사례가 있어 경찰도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신자유연대 회원 10여명이 한밤중에 정의연 해체와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하는 기습 집회를 시도하며 반일행동 측과 4시간 넘는 대치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보수단체와 반일행동이 집회장소를 두고 대치했다.
경찰청은 지난 4월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중복집회의 평화적 관리를 위한 입법 개선 방안연구 용역’ 을 발주한 상태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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