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해제 6개월, 현장은...

정의연-보수단체 방해집회 여전

인근 시민·직장인 피로감 호소

“주변에 소리가 묻히니까 더 외칩시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곧 6개월을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는 제1565회차 수요시위와 이를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리며 마찰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오후 12시께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 서울지방국세청 앞 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차선 도로 한 쪽에는 차가 지나가고 한 차선에는 추워진 날씨에 조끼와 외투 차림의 학생, 수녀 등 참가자 300여명은 폴리스라인 앞에 앉아 노래 ‘바위처럼’를 부르며 행사는 시작됐다. 인근에서 상반된 주장을 하는 단체들이 서로를 방해하는 모양새다. 수요시위 현장의 불과 2~3m 거리에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회원들이 피켓을 들었다. 시위가 시작된 후, 엄마부대봉사단 회원들은 ‘위안부 사기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옆으로 등장했다. 스피커를 통해 수요시위를 비판하는 집회와 수요시위가 동시에 진행됐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중심으로 각 구역별로 경력을 배치했다. 그러나 공간이 협소한 탓에 한 장소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처럼 보인다.

옛 주한일본대사관 자리의 소녀상 주위에서 행사를 진행했던 정의연은 보수단체들이 장소를 선점하하자 인근으로 장소를 옮기며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날 소녀상 자리에서는 대학생 반일단체인 반일행동 회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30m 거리에서는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며 목청을 높였다.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동안 보수 단체들은 “거짓말을 멈추고 진실을 말하라”,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 시위하지 말라”는 등의 주장을 계속 반복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서로를 촬영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시비가 붙자 경찰이 중간에서 충돌을 막는 모습도 보였다.

같은 공간에서 4~5개의 단체들이 동시에 내는 발언과 음악, 외침에 인근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현장 인근 건물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인 최모씨는 “건물 안까지도 들려 오는 집회들 소리에 오늘은 ‘이벤트가 있는 날’이라는 생각으로 넘긴다”면서 “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장소를 돌아가면서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통해 경찰력을 배치해 안정적으로 집회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협소한 장소인 만큼 모든 노력을 기울여 마찰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집회 보호는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같은 중복 집회로 인한 대치가 벌어진 사례가 있어 경찰도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신자유연대 회원 10여명이 한밤중에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소녀상 철거 등을 요구하는 기습 집회를 시도하며 반일행동 측과 4시간 넘는 대치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보수단체와 반일행동이 집회 장소를 두고 대치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