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섭한 아이디어 하나로도 수 십억, 수 백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이던 때가 그리 오랜 추억이 아니다. 현실 골칫거리의 해결책을 제시한다거나 생활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정도의 사업계획만 갖고도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기존의 방식을 조금 변경한 아이디에도 투자자들은 기웃거렸다. 촘촘한 사업설계와 혁신적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 1조, 3조, 5조원짜리 유니콘들이 넘쳐났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얘기다. 기업공개와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공모하려던 긴 줄은 일순간 사라졌다. 공급망 대란에 금리상승, 침체가 설상가상 덮쳤다. 불행히도 이 공포는 아직 그 끝을 누구도 알지 못한다.
동산의 사과나무는 쓰러지고 향기로운 과일의 맛은 이제 잊어야 할까. 계절마저 심술궂고도 을씨년스런 겨울 문턱에 들어섰다. 많은 스타트업 CEO들이 빙하기 초입의 느낌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신산업의 싹들이다. 이 스타트업들은 메타버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블록체인, 바이오 등 4차 산업과 관련돼 있다. 우리 경제의 미래,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촉발된 돈가뭄의 일차 먹잇감이 됐다. 각종 원가와 비용이 영업수익을 초과하는 상태. 재무상태표상 적자행진 중에 있다. 투자유치는 더 이상 어렵게 됐다.
상장사라고 큰 메릿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상증자가 어렵고, 회사채를 발행하려 해도 인수자가 없다.
지금은 남의 일인 것 같지만 조금 멀리 보면 남의 일이 아닌 게 된다. 유동성 공급 등 긴급 수혈이 절실해지고 있다. 프라이머리 CBO 같은 긴급 보증수단도 꺼낼 때가 다가왔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현금흐름, 자본변동 등 재무상태 중심 신용평가 기준을 일정 기간 유보해줘야 한다. 다만 평가기준은 기술적 차별성, 성장 잠재성, 경쟁력과 산업적 파급성이 전제돼야 한다. 평가에선 AI도구 등을 통해 정밀도를 극대화 하면 된다.
생존의 시간,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혁신의 시간이 되게 해야 한다. 사과꽃은 다시 피워야 한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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