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완패 넷플릭스·김앤장, 항소심 채비

승기 잡은 SKB·세종도 방어전 나서

재판부 “금전지급 신중” 판시 혼란 초래

‘망 사용료 강제’ 입법 추진도 시끌시끌

KT 커스터머사업부문장 강국현 사장이 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AI 미디어 포털 ‘지니 TV’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새 상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지니 TV’의 핵심은 AI 큐레이션 기능을 탑재해 모든 콘텐츠를 한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미디어 포털 서비스 제공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한 화면에서 제공한다. 특히, 스마트TV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OTT 서비스를 가정 내 TV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연합]
KT 커스터머사업부문장 강국현 사장이 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AI 미디어 포털 ‘지니 TV’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새 상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지니 TV’의 핵심은 AI 큐레이션 기능을 탑재해 모든 콘텐츠를 한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미디어 포털 서비스 제공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한 화면에서 제공한다. 특히, 스마트TV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OTT 서비스를 가정 내 TV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연합]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망 사용료 분쟁’이 입법 찬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국내 회선 사용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반드시 금전을 지급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모호한 결론을 내면서 논쟁은 더 가열됐다. 넷플릭스는 김앤장법률사무소가, SKB는 법무법인 세종이 각각 대리를 맡아 항소심 단계에서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B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항소심은 서울고법 민사19-1부(정승규·김동완·배용준 부장판사)는 지난 7월 20일을 시작으로 총 3차례 변론기일을 열었다. 4차 변론기일은 11월28일로 예정됐다.

일단 1심에서 SKB가 승기를 잡은 이 사건은 최근 아마존이 운영하는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국내 서비스 영상 해상도를 720픽셀로 떨어트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내 이통사들이 망 사용료 징수를 고집하면서 국내 콘텐츠 제공 서비스 질 저하, 온라인 창작활동 위축 등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일부에선 국내 포털사이트 등 통신망 사용자들이 이용료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들만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펼친다.

1심에선 넷플릭스가 사실상 완패했다. 김앤장에서는 김동연·오상진·이윤조·나덕중·김동일·홍석범 변호사가 넷플릭스를 대리했다. SKB를 대리한 세종은 강신섭·김태훈·백상현·유한석·이숙미·임기훈·정은영·하태헌 변호사를 내세웠다. 김앤장의 김동연 변호사는 IT분야에 전문성을 쌓았고, 넷플릭스의 국내 서비스 자문을 맡고 있다. 세종은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강신섭 대표변호사가 직접 법정에 나서며 방어에 나섰다.

양측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같은 로펌에 사건을 맡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SKB가 완승했지만, 당장 넷플릭스가 수백억 원대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와 SKB는 협상에 의해 어떠한 방식(대가 지급)을 택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사적자치의 원칙에 비춰 법원이 금전으로 그 지급을 명하는 것은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가 완전히 결렬된 이후에 한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실제 법원은 구글이 금전이 아닌 별도 계약에 따라 다른 서비스를 국내 통신사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망 사용료 지급을 대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애초에 이 소송 자체가 SKB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얼마를 지급하라고 낸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가 SKB를 상대로 ‘채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라’며 낸 것이다.

넷플릭스 서비스로 인한 SKB 통신망 트래픽은 2018년 5월기준으로 50Gbps였지만, 2020년 3월 400Gbps로 8배 가량 급증했고, 소송 도중인 2020년 6월에도 600Gbps를 넘어섰다. 이를 토대로 SKB는 넷플릭스가 지급해야 할 망 사용료가 2017년 기준 15억원, 2020년을 기준으로는 272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비록 1심 재판부가 망 사용료를 금전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진 않았지만 넷플릭스에 크게 불리한 결론을 낸 것은 사실이다. 특히 “넷플릭스가 가입자들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SKB에도 가입자 수 증가 등 영업상 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SKB가 넷플릭스 서비스와 관련해 거액의 비용을 상쇄할 만한 규모의 영업상 이익을 얻고 있음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넷플릭스 시청자에 해당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이통사에 요금을 내고 있다는 점도 망 사용 대가 지급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마치 신용카드사가 회원인 소비자로부터 연회비를 받고, 가맹점으로부터도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처럼 양 당사자에게 대가를 수령하는 법률관계는 현대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넷플릭스와 SKB의 망 사용료 분쟁은 항소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건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논란은 입법 논의로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해외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에게 망 이용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여러 건 계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윤 의원은 “인터넷서비스가 동영상을 중심으로 발전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소수의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CP)가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업체들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역차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CP는 정보통신망 이용에 관한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거나,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국내 전체 트래픽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2%(하루 평균 이용자 수 168만명)였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27.1%(하루 평균 5150만명)로, 두 업체를 합하면 34.3%에 달한다. 반면 국내 업체인 네이버는 2.1%, 카카오는 1.2%에 불과했지만, 평균 이용자 수는 각각 4030만명과 4060만명을 기록했다. 영상 컨텐츠 기반인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인당 트래픽 소모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반면 ‘망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는 IT업계나 학계에선 오히려 온라인 컨텐츠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조치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통신망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이미 ‘접속료’를 내고 있고,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한 유지비용이나 신규 시설 설치 비용은 이미 대규모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이통사들이 충분히 감당훌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오픈넷’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가 올린 동영상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볼까 두려워해야 한다”면서 “지금 내고 있는 인터넷접속료에 더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정보전달료를 또 부담해야 하면 콘텐츠 강국의 일원으로 살려던 청년들은 창의력을 발휘할 동기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전기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상가임대를 하고 임대료를 다 냈어도 손님들이 많이 다녀간 것에 대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법과 똑같다”고 평가하며 “손님들이 많아진다고 해서 렌트를 올리면 돈없는 업체들은 어떻게 되겠느냐, 인터넷접속료가 저렴한 해외로 도피하는 이른바 ‘디지털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망 이용료 분쟁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해외 CP들에게 망 이용료를 징수한다면, 우리나라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도 같은 방식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결국은 이러한 지급능력을 갖추지 못한 신생 사업자가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좌영길 기자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