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가맹점주 타격에 딜레마 생기지만 그래도 불매”

실효성 없는 ‘가맹사업법’ 탓…구제 방안 없어

‘버닝썬 사태’ 당시 ‘아오리라멘’도 손배소 패소

“법원서 불매운동 피해규모 입증 못 받는 상황”

책임소재마저 불분명…파리바게뜨 운영사는 ‘파리크라상’

전문가 “가맹점주, 본사-소비자 사이 낀 피해자”

“윤리적 차원에서 본사, 책임지고 배상 나서야”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SPC 로고에 사고 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붙이고 있다. [연합]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SPC 로고에 사고 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붙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SPC 계열사 가맹점주들은)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 딜레마를 느끼기도 하지만, 불매운동은 할 겁니다.”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공장 20대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30) 씨는 이렇게 말했다.

SPC 계열사 공장에서 산업재해가 잇따르며 불매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작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구제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현행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정도가 유일한 구제책이지만 법조계에선 이 역시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본사 차원에서 선제적 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시민들은 불매운동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피해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불매운동을 중단할 의사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장모(27‧여) 씨는 “가맹점주도 물론 애꿎은 손해를 보겠지만 이 역시 본사가 책임질 부분”이라며 “사망사고 직후 공장 운영을 재개한 곳에서 만든 제품을 소비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사고 후 SPC 측 대응이 불매운동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망한 피해자를 공장 동료들이 기계에서 직접 꺼낸 후 다음날 공장 운영을 재개한 점, 유족에 장례용품으로 파리바게뜨 빵을 전달한 점 등이다. 결국 허영인 SPC 회장이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사과에 나섰지만, 이틀 후인 23일 샤니 성남공장에서 재차 40대 직원의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했다. 권모(26·여) 씨는 “불매운동으로라도 압박을 받아 본사에서 시정조치를 해야 앞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PL 평택공장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공유되는 ‘불매 리스트’. [트위터 캡처]
SPL 평택공장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공유되는 ‘불매 리스트’. [트위터 캡처]

그러나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받는 가맹점주들이 법적 구제를 받을 방안은 없다. 현행 가맹사업법에도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주된 의견이다.

일명 ‘호식이 방지법’이라 불리는 가맹사업법 제11조에서는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 임원의 위법행위로 가맹점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조항을 가맹계약서에 넣도록 하고 있다. 2017년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이 불거졌던 당시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모든 가맹계약서는 매년 갱신해야 해 모든 프랜차이즈업장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정작 해당 법안으로 가맹점주가 배상을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우선 가맹점의 피해규모를 입증받기 어렵다. 가수 승리(복역중)가 사내이사로 있던 ‘아오리라멘’ 점주들이 ‘버닝썬 사태’로 매출이 급락했다며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점주들의 법률대리를 맡았던 강성신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는 “매출감소 데이터를 법원에 제출했으나, 불매운동 때문에 매출이 감소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가맹계약서상 책임주체 역시 명확하지 않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이들의 가맹계약서상 가맹본부는 SPC가 아닌 SPC 지주사 파리크라상이다. 소비자들은 SPC 차원의 안전관리 소홀 문제를 지적해 그 산하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까지 불매하지만, 정작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안전관리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파리크라상 법인에만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심건섭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는 “별도의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다른 계열사에서 발생한 문제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송윤 법무법인 숲 변호사는 “가맹점주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불매운동이 계속되며 SPC 계열사들의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법적 책임을 떠나 본사가 선제적으로 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SPC 계열사 가맹점주들은 본사와 소비자 사이에 낀 피해자”라며 “(이번 사망사고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본사가 배상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본사가 안전관리를 제대로 못해 벌어진 사고인만큼 윤리적 차원에서 본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