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20년 동안 서울을 대표하는 월드컵 풍경으로 자리잡았던 대규모 길거리 응원이 사라진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우려에 서울시와 관할 자치구들이 사실상 거리 응원 불가 방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4일 서울시와 강남구, 서대문구 등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거리응원 행사장으로 사용되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신촌 연세로, 강남 영동대로 모두 올해는 월드컵에도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광장은 스케이트장 설치로 애초부터 (거리응원전 장소)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동통신사들의 행사장 선점 경쟁, 골이 들어갈 때마다 휘날리는 대형 태극기, 또 이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예약 전쟁이 펼쳐지는 인근 호텔의 모습 모두 이번 월드컵에서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최근 신흥 거리응원 명소로 떠오른 영동대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관계자는 “영동대로는 현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 중이라 거리응원 불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촌지역을 관할하는 서대문구 역시 “차량 통행 정책 변경과 이태원 참사 등 상황으로 (월드컵 거리 응원)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신촌의 경우 앞서 허가 문의도 들어왔지만 불가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의 경우 ‘광화문광장 자문단’을 통해서 광장 사용이 허가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도 관건이다. 소음·교통·법률·경찰·행사 5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은 광화문 광장 8월 재개장과 함께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의 규모, 시설물 설치, 기간 등을 고려해서 시 자체에서 결정할지, 자문단에서 결정할지를 논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허가 방침을 세운다 해도, 여론에 좀 더 민감한 시민과 전문가의 입장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달 중순 일일 확진자 수가 12만명을 넘어 코로나19 7차 대유행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수만명이 밀집하는 거리 응원 개최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민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최모(28) 씨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트라우마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 행사가 다시 개최된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행사를 즐기는 사람도 고운 시선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거리 응원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적절한 통제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송모(30) 씨는 “거리 응원을 막는다는 건 이번에도 안전 통제에 자신이 없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안모(29) 씨도 “거리 응원에 나설 자유를 막는다면 아쉬울 것 같다”며 “합리적 통제로 질서를 세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영기 기자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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