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으로 사는 삶(박정미 지음, 들녘)=“저는 오늘부터 소비를 그만둡니다.” 모든 비용이 오르는 시대, 짠테크, 무소비가 유행이다. 박정미 씨는 이 분야의 원조격이다. 오래 전 한국 조직문화와 소비 시스템에 실망,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런던에 정착한 그는 직장을 구했지만 수습기간이 끝나자 잘렸다. 살인적인 집세와 물가로 유명한 런던에서 돈 없이 살아갈 방도를 찾던 중 아예 돈벌기를 포기하자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살아 있는 그 자체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저자는 영국 웨일스에 있는 자급자족이 원칙인 유기농 농장부터 남서부 서머싯의 친환경 공동체, 자전거의 도시 브리스톨의 자전거수리 전문 카페, 중부 우스터를 지나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기 시작한다. 이후 도시에서도 0원 살이를 이어가며 보트와 카라반에서 살기도 하고 버려진 창고나 공장을 거처로 삼고 빈 건물을 점거하는 스퀏팅까지 삶의 방식과 거주 방식 자체를 바꿔나간다. 영국을 떠나 독일과 폴란드, 리투아니아에서도 여정은 이어진다. 세르비아에선 난민들을 만나고 마케도니아, 그리스를 거쳐 저자는 소비하지 않는 생활 습관과 평화의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6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리산 자락 외딴 숲속 빈집을 고쳐 산다. 고정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소비만 하며 산다. 그렇다고 돈에 대한 거부감이 있진 않다. 몸을 써서 식사를 해결하고 버려진 음식을 먹고 중고 의류를 입어도 “충분하다”. 0원살이의 그 모든 여정에서 자유와 사랑, 행복을 깨달았다는 저자는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소비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화이트 노이즈(돈 드릴로 지음, 강미숙 옮김, 창비)=토마스 핀천,필립 로스, 존 드릴로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드릴로의 현대 사회의 불안과 재난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소설. 다음달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로 선보인다. 화이트 노이즈는 상업광고와 TV,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문명에 대한 인간의 이성적 대응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상징이다. 소설은 9월 대학 개강과 함께 시작되는 연례행사인 스테이션왜건모임의 풍경에서 시작된다. 컴퓨터와 소형냉장고 전자레인지를 비롯, 담요와 구두, 책, 시트, 군것질 거리까지 잔뜩 차에서 끌어내리는 풍경 속에 중산층의 넉넉함과 안전감, 행복을 보여준다. 대학 학과장인 잭 글래드니 역시 봉사활동을 하는 부인과 아이들 속에서 평안한 나날을 보내는데, 어느 날 유독 물질을 실은 탱크차가 도시 외곽에서 탈선하면서 도시 전체가 검은 구름에 휩싸이게 된다. 글래드니와 가족을 비롯, 사람들은 피난 행렬에 나서는데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검은 구름은 사라지지만 오염물질에 노출된 잭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선고를 받게 된다. 잭의 아내 버펫 역시 어떤 약물에 의해 기억력이 감퇴되는 등 가족의 앞날은 컴컴해진다. 작가는 가족코미디 형식으로 포스트모던한 미국의 일상과 이면을 날카롭게 묘파한다. 미디어의 스펙터클한 이슈화와 기업의 돈벌이로 전락해버린 재난, 이를 탐욕스럽게 소비하는 대중과 죽음의 모습은 출간된 지 40 여 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재해의 풍경과 다름없는 현재성을 보여준다.

▶퓰리처상 문장 수업(잭 하트 지음,강주헌 옮김, 김영사)=“모든 초안은 끔찍하다. 글 쓰는 데에는 죽치고 앉아서 쓰는 수밖에 없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처럼 글쓰기는 견디는 일이다. 퓰리처상 수상자들을 다수 길러낸 것으로 유명한 잭 하트는 위대한 문장의 신화는 없다며, “내가 아는 최고의 작가는 키보드 앞에 앉아 한 줄을 쓰고, 또 한 줄, 또 한 줄을 쓴다”고 말한다.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흔히 글쓰기는 천부적 재능이 있는 선택 받은 사람만이 잘 할 수 있다고 믿지만 퓰리처상 수상 작가도 처음부터 금실이 나오듯 쓰는 게 아니라 두 세 번 고쳐 쓴다. 글쓰기 전문가인 하트는 좋은 글에는 장르를 불문한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좋은 글은 생동감으로 번뜩이고 핵심을 정확히 찌르며 개성이 있다. 책은 이런 좋은 글의 원칙을 바탕으로 사소한 아이디어를 한 편의 글로 완성하는 글쓰기의 12가지 기술을 소개한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끝내는 방법, 문장의 표현을 다듬는 퇴고의 방법, 초고를 마치고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전략, 오류를 철저하게 찾아내는 과정까지 글쓰기의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저자는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글쓰기를 멈추고 생각하라고 권한다. 가정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한 뒤 개요를 작성, 이를 나침반 삼아 초고를 쓰라는 것이다. 초고를 쓸 때는 돌아보지 말고 신속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 책은 ‘노인과 바다’ 같은 명작 소설부터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 저널 등 일간지까지 다양한 매력의 문장을 예시로 제시, 이해를 돕는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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