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하던 시절 일이다. 일선 경계초소에서 민간인에게 총기를 빼앗기는 일이 발생하자 후방 부대도 실탄을 소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부대에선 난리가 났다. 명령을 따라야 하니 실탄을 지급하긴 해야 하는데, 지휘관들은 총기 사고 발생을 염려했다. 고육책으로 내놓은 대책은 이러했다. 경계근무를 나서는 병사는 그대로 탄창엔 공포탄만 장전한다. 실탄은 별도 탄입대에 휴대하도록 했다. 실탄이 들어있는 주머니는 자물쇠로 잠겨있고, 이 열쇠는 선임병과 후임병이 서로 교차해서 가졌다. 그마저도 실탄 탄창 첫 두발은 공포탄이었다.
이 조치대로라면 물리적 위협이 있을 경우 경계근무를 서는 사병은 서로 열쇠를 주고받고, 자물쇠를 풀어 실탄이 들어있는 탄창을 꺼내 총기에 결합해야 했다. 그렇게 하고도 두 발을 쏴야 실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마 총기를 빼앗으려는 민간인이 접근했다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전에 이미 몸싸움이 벌어지고, 총기는 쇳덩이 둔기로 써야 했을 것이다.
군대 얘길 길게 꺼낸 건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기관의 범죄대응 효율성 때문이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모욕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하겠다고 밝힌 일이 있다. 법무부장관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지만, 모욕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황 의원도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정정했다. 황 의원은 경찰 출신, 그것도 수사구조개혁단 단장을 지냈다.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췄다는 국회의원이 정작 고소를 어디다 해야 할지도 몰랐던 셈이다.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절차가 얼마나 복잡해졌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뇌물사범 구속자는 2017년 220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40명으로 급감했다. 수사권 조정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던 2020년 마약 사건 단속자 수는 1만8050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1만6153명으로 11% 감소했다. 부패범죄와 마약범죄가 실제로 줄어들었거나, 아니면 범죄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일단 검찰의 힘을 빼고 보자는 ‘개혁법안’이 발효되는 사이 범죄 대응은 그만큼 늦어지고 있다. 실제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 1155명 중 73.5%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단계에서 고소사건이 지연되거나 연기된 사례를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전에는 범죄피해자가 검찰이건 경찰이건 어디든 고소장을 내고, 일원화된 체계에 따라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다. 지금은 일단 관할부터 찾아야 하고, 수사와 기소주체가 어디인지, 당사자 이의제기시 처리 절차는 어떤지 수사 실무자들도 헷갈리는 상황이다. 실무를 고려하지 않은 입법으로 상당 부분은 판례를 통해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감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서 공수처가 검사 사건을 이첩한 경우 검찰에 기소 재량권이 있는지를 놓고 법정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군인에게 실탄을 지급했다면, 유사시 총을 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사고를 염려해 복잡한 절차를 만들어버린다면, 총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과 경찰이 범죄에 대응하는 절차도 마찬가지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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