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은 옛말…기술력 장악
‘외산폰 무덤’ 국내 스마트폰시장
중저가폰 주효, 프리미엄폰도 확대
세계 점유율 이미 삼성 추월
6G 등 차세대기술 특허 중국 질주
“중국 스마트폰의 뛰어난 완성도를 보고 뒷목이 서늘해졌습니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중국의 최신 스마트폰을 직접 본 국내 한 통신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MWC에서 선보인 중국 스마트폰은 국내 제품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조악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 제품은 완전히 달라졌다. 뛰어난 완성도와 기술력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뒷목이 서늘해’질 정도의 거센 추격이다. 일부 차세대 기술에선 이미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을 쏟아부은 결과다. 스마트폰 시장에서까지 한국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베끼던 ‘카피캣’ 오명은 옛말...중저가폰으로 한국 시장 침투=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스마트폰(샤오미·모토로라 등)의 한국내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3%대를 기록했다. 그동안 0%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특히 한국은 애플을 제외한 외산폰의 문턱이 유독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사실상 국내 무대에서 성공한 외산폰이 전무할 정도로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린다. 외산폰 중에서도 이른바 ‘차이나 디스카운트(중국 제품을 평가절하하는 것)’가 유독 심한 국내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3%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50만원대 이하의 저가폰 공략이 국내 시장에서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폰 쏠림 현상으로 중저가 제품의 선택권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샤오미 등의 중국 중저가폰이 틈새 공략에 성공했다. 실속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사라졌다. 지원금을 대거 실어 가격 부담을 더욱 낮추면서 가성비(가격대비성능) 높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탄 점도 중국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샤오미의 대표적인 국내 출시 제품인 ‘레드미노트11’은 20만~30만원대, 모토로라의 최근 출시작 ‘엣지 30 5G’는 50만원대로 국내 구입이 가능하다.
▶프리미엄폰도 기술 도전장...세계 점유율 이미 삼성 앞질러=중저가폰 뿐 아니라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도 중국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만해도 중국 스마트폰은 삼성·애플의 ‘카피캣(모방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외형은 베껴도 성능까지는 따라잡지 못했던 탓에 소비자들의 선택도 중저가 제품 위주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엄폰의 기술력을 크게 높여 삼성·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세대 폼팩터(기기형태)로 불리는 접는 스마트폰 폴더블폰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삼성을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 아너는 삼성 갤럭시폴드와 유사한 폴더블폰 ‘매직Vs’를 선보이고 삼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화웨이는 삼성 갤럭시플립과 같은 클램셀(조개껍질) 구조의 폴더블폰 ‘포켓S’를 내놓고 일찌감치 폴더블폰 시장에 야욕을 드러낸 상태다. 샤오미, 오포, 비보도 폴더블폰을 잇달아 내놨다. 일부 제품은 화면의 접는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접는폰의 기술력을 끌어올렸고, 삼성도 선보이지 못한 빠른 배터리 충전 속도를 적용하기도 했다.
중저가, 프리미엄폰 할 것 없는 전방위적 공세로,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무대에서 중국 스마트폰의 입지는 이미 삼성, 애플을 넘어섰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샤오미, 오포, 비보의 점유율을 합친 수치는 32.5%로 삼성(21.7%), 애플(16.3%)를 앞질렀다.
▶중국 ‘특허괴물’로...기술 주도권 이미 뺏겼다=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추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막대한 기술 투자 결실이 점점 현실화 되면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향후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주요 ICT 기술에선 중국이 가진 특허가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는 상태다. 6G 통신과 관련된 핵심 기술 특허는 중국 기업이 전체의 40.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35.2%)보다도 앞서있다. 반면 한국은 4.2%에 그친다. 일본(9.9%), 유럽(8.9%)에도 뒤처져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문을 열었지만, 실제 미래 기술력은 선두권을 유지하기란 역부족인 셈이다. 특허가 많으면 표준 규격 논의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주도권을 중국, 미국에 뺏길 가능성이 크다.
ICT 업계 관계자는 “미래 ICT 기술 경쟁의 핵심은 결국 원천 기술 확보인데 이미 한국은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며 “중국에게 기술 주도권을 뺏기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에 총력을 쏟는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세정·박혜림·박지영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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