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스타리아’ 뒤 ‘1세대 그랜저’ 외관 떠올라

묵직한 주행감…오르막·급가속 상황서 시원

넓어진 공간…2열 가운데 높은 터널 ‘옥에 티’

젊은 아빠부터 30대도 포용…3716만원부터

8일 경기도 하남에서 디 올 뉴 그랜저의 시승행사가 열렸다. 디 올 뉴 그랜저 측면 모습. [윤병찬 PD]
8일 경기도 하남에서 디 올 뉴 그랜저의 시승행사가 열렸다. 디 올 뉴 그랜저 측면 모습. [윤병찬 PD]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하이브리드차 아니었어?”

차를 몰고 약 10분 정도 주행한 뒤였다. 조수석에 동승한 기자가 물었다. 그만큼 정숙성이 발군이었다. 엔진은 침착했지만, 힘은 넘쳤다. 오르막이나 급가속 구간에서도 바퀴를 힘차게 굴렸다. “그랜저 괜히 명차가 아니다. 이 정도면 하나 사고 싶다”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The All New Granduer)’ 시승행사에 지난 8일 다녀왔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의정부까지 오가는 일정이 포함된 자리였다. 어릴 적 아버지가 몰았던 ‘그랜저XG’ 이후 두 번째 그랜저 탑승이었다. 그랜저XG 출시 이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사이 ‘그랜저’라는 역사는 완전히 다른, 현대차의 미래를 그리는 혁신의 상징이 됐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3.5ℓ GDI 가솔린이다. 캘리그래피 트림으로 풀옵션이 적용됐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외관은 신선했다. 현대차는 ‘모험’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디자인을 확 바꿨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하는 7세대의 디자인 철학은 ‘미래와 과거의 조우’다.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현대차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승합차 ‘스타리아’를 연상케 하는 외관은 자동차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꺾임 없이 굴곡진 보닛과 그 아래 가로축으로 빽빽하게 배치된 라디에이터 그릴이 좌우 폭을 더 넓게 보이는 효과를 냈다. 이른바 ‘각 그랜저’로 불렸던 초창기 모델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은 C필러, 오페라 글라스에서 찾을 수 있었다. 7세대 그랜저가 전체적으로 미끄러지는 듯한 유려한 곡선미를 강조했다면, 오페라 글라스만 유난히 각이 살아 있었다. 현대차 역시 “1세대 그랜저를 오마주한 디자인”이라고 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현대차의 승합차 모델 스타리아처럼 곡선형의 앞부분에 빽빽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갖추고 있다. [윤병찬 PD]
디 올 뉴 그랜저는 현대차의 승합차 모델 스타리아처럼 곡선형의 앞부분에 빽빽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갖추고 있다. [윤병찬 PD]
보닛을 가로로 가로 지르는 선은 이제 현대차가 선보일 신차의 정체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병찬 PD]
보닛을 가로로 가로 지르는 선은 이제 현대차가 선보일 신차의 정체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병찬 PD]

운전대에 앉아서 보니 디자인이 새롭다. 운전대 스포크의 외형 역시 과거에서 그대로 따왔다. 하지만 스포크가 기존 세단보다 높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의자 높이를 높이고, 운전대의 위치를 조정했다. 운전대는 모든 기능을 담은 ‘원 스포크’ 스타일을 추구한다. 실제 체험한 느낌은 기어와 헤드라이트 작동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운전대 뒤로 모은 ‘쓰리 스포크’ 형태라고 할 수 있었다.

운전대에 힘을 준 덕분에 대시보드는 깔끔했다. 대시보드는 공조기와 12.3인치 클러스터·내비게이션이 탑재한 디스플레이, 10.25인치 풀터치 통합 공조 컨트롤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가로형 디자인이 돋보인다. 변속기가 있던 자리는 음료수 거치대로 채워졌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까지 센터콘솔을 여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구성이다. 운전석 전면 유리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투영돼 다양한 정보를 보여줬다. 운전대에 있던 엠블럼도 지웠다. 그 대신 4개의 LED 조명이 현대차의 새로운 지향점을 보여줬다.

여유로운 휠베이스로 뒷좌석은 예전보다 더 넓어졌다. 다만 편의성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5인승 구성임에도 세 명의 승객이 앉을 수 없을 정도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터널 높이가 유난히 높은 것이 옥에 티였다. 유모차나 아이들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운데 앉은 사람은 ‘쩍벌’이 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또앞좌석 헤드레스트는 탑승자 방향으로만 쿠션이 장착됐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뒷좌석에 탑승한 승객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남았다.

이날 주행은 미사대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를 포함한 왕복 약 90㎞의 코스로 이뤄졌다. 주행감은 묵직하면서 경쾌했다. 요철을 밟거나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도 큰 흔들림 없이 승차감이 부드러웠다. 특유의 안정감이 주행 내내 이어져 가속이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힘이 부족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정숙한 실내에선 음악 소리가 명확하게 들렸고, 옆 사람이 속삭이는 소리까지 놓치지 않았다.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측후방 영상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차선 변경이 쉬웠다.

원 스포크 형태로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운전대. 변속기가 뒤에 숨어 있다. [윤병찬 PD]
원 스포크 형태로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운전대. 변속기가 뒤에 숨어 있다. [윤병찬 PD]
앞좌석 헤드레스트는 앞부분으로 쿠션이 장착돼 있다. [윤병찬 PD]
앞좌석 헤드레스트는 앞부분으로 쿠션이 장착돼 있다. [윤병찬 PD]

시승을 마친 이후 측정한 평균 연비는 9.9㎞/ℓ였다. 정체가 심했던 미사대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실망스러웠던 효율성이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면서 개선됐다. 내연기관의 특성상 정속주행과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용하면 10㎞/ℓ의 연비는 쉽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차체가 소폭 커지면서 급가속에 취약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올해 현대차 그랜저는 기아의 SUV(스포츠유틸리티) ‘쏘렌토’에 지난 2017년부터 지켜오던 단일 차종 국내 판매량 1위 자리를 양보했다. 현대차가 7세대 그랜저의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고, 승차감과 실내 구성을 대폭 개선한 이유다. TV 광고에서도 그랜저에 탄 이들은 젊고 세련된 세대다. ‘아빠차’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고, 30·40세대까지 소비층을 넓히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푹신한 시트에 앉았던 그랜저XG는 기억 속에 여유로움으로 남아있다. 그랜저의 운전대를 잡은 아버지는 우리 3형제를 강남 예술의 전당 앞 갈빗집으로 데려가곤 했다. 왁자지껄한 형제의 덩치가 커지는 중에도 차의 공간은 넉넉했다. 그랜저XG는 아버지와 나이를 같이 먹었지만, 그 쌩쌩함은 그대로였다. 완성도 높은 데일리카의 표본, 그 자체였다.

젊은 세대까지 품으려는 7세대 그랜저의 새로운 행보가 반갑다. 제네시스의 등장으로 대형 세단의 의미는 흐릿해졌지만, 그랜저가 갖는 의미가 특별하기에 성공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긴 대기기간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세대 교체를 선택하면서까지 기다리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현대차의 새로운 도전을 빛내줄 가장 큰 과제다.

상품성이 높아진 만큼 진입장벽은 이전 세대보다 조금 높아졌다. 그랜저는 2.5ℓ GDI 가솔린, 3.5ℓ GDI 가솔린, 3.5ℓ LPG, 1.6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4가지 엔진 중에서 택할 수 있다. 가격은 가솔린 3716만원, 하이브리드 4376만원, LPG 3863만원부터 시작한다.

디 올 뉴 그랜저 엔진룸. [윤병찬 PD]
디 올 뉴 그랜저 엔진룸. [윤병찬 PD]
디 올 뉴 그랜저 후면. [윤병찬 PD]
디 올 뉴 그랜저 후면. [윤병찬 PD]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