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시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정부조달 시장은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방정부 조달 시장은 ‘바이 아메리카 규정(미국산 조달 특혜 제도)’ 적용으로 해외 기업의 참여가 제한되지만 주정부 예산이 투입된 프로젝트는 이 의무규정에서 자유롭다. 미국 주정부는 5만달러 이하 규모의 소규모 조달, 긴급 조달, 일반 조달로 입찰을 진행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 우대 정책을 시행해 주정부에 사회적 약자 기업 조달 쿼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메릴랜드주 특수산업부 지미 리 장관은 워싱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장애, 소수인종 고용 기업 조달 쿼터가 항상 미달된다”면서 “한국기업이 여성 CEO를 내세우거나 흑인·인디언 등 소수인종 채용을 확대한다면 가산점을 받거나 단독 수주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책 기조를 이해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 전략 수립에 아주 중요하다. 지난 10월 미국 상무부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안 2건을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와 기술의 대중 수출통제와 중국 반도체기업 등 31개 기업을 미검증기업 목록에 등재하는 내용이 담겼다. 첨단 반도체 및 기술이 국가 경제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유였다. 이 조치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거래 등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로 주요 기업은 미리 미국의 정책 기조를 이해하고 대비하고 있었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핵심 산업의 공급망 복원과 안정성 강화를 위해 주요 산업분야에 대한 법령 제정 및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의약품이 4대 핵심 품목으로 지정됐다. 특히 미국 역사상 단일 규모로 가장 큰 친환경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향후 10년간 4370억달러가 친환경 및 관련 기술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 기업들에 큰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10월 산업부와 코트라 등에서 공동 개최한 ‘민관합동 IRA 주요 인센티브 활용 설명회’에 따르면 배터리, 태양광, 수소, 풍력, 히트펌프 분야가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타이어, 전력 인프라, 산업용사물인터넷(IIoT) 등 분야도 간접적인 진출 기회가 예상된다. 이외에 인프라 프로젝트에 포함되는 비철, 파이프, 콘크리트, 아스팔트, 시멘트 등 원자재 및 복합소재뿐만 아니라 건설 중장비, 크레인, 광섬유 케이블, 펌프 등 제품 및 장비 분야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인데, 미국 시장 진출에도 통하는 승리 전략이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친환경, 배터리, 인프라, 바이오 등 분야의 막대한 예산 투입을 예고했다.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나가길 기대해본다.
정세원 워싱턴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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