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강론서 前교황 추모 미사

8년 재임 전통-새로움 다리놓기

10년전 가톨릭 최초 자진 사임

교황청 공보실이 1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전통적인 교황 제의를 입었지만, 교황의 상징인 팔리움은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다 [AP]
교황청 공보실이 1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전통적인 교황 제의를 입었지만, 교황의 상징인 팔리움은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다 [AP]

“복음과 교회의 충실한 종(베네딕토 16세)을 선물해준 하느님에게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감사하자.”(프란치스코 교황)

생전에 교황직을 사임하며 가톨릭 역사를 새롭게 쓴 ‘은퇴 교황’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95세로 선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일 새해 첫 미사에서 선종한 전임자의 천국행을 기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주례한 신년 미사 강론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위한 기도로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 마리아에게 “사랑하는 우리의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하느님에게 가는 길에 동행해달라”고 간청했다.

이날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베네딕토 16세는 머리에 모관을 쓰고 전통적인 교황 제의를 입고 관대 위에 누워 있다. 포개진 손에는 묵주가 들렸고, 시신 뒤편에는 십자가와 촛불,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돼 있다.

다만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의 상징인 팔리움은 착용하지 않았다. 은퇴한 대주교는 팔리움을 입지 않기 때문에 2013년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도 팔리움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팔리움은 교황과 대주교가 자신의 직무와 권한을 상징하기 위해 두르는 복장이다. 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로, 양쪽 끝은 가슴과 등으로 내려오게 돼 있다.

베네딕토 16세가지난 2005년 4월 교황에 선출될 당시 모습. [AP]
베네딕토 16세가지난 2005년 4월 교황에 선출될 당시 모습. [AP]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쇠약을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598년 만으로, 전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당시 갑작스런 사임에 음모, 협박론이 제기됐으나 교황은 이후 그런 이유라면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강상의 문제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시간이 지나갔다”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그는 교회의 전례 등을 중시하며 신앙의 회복을 꾀했으나 형식적인 절차 등은 폐지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도 보였다. 행보도 파격적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처럼 이슬람교 사원을 방문, 연설하고 개신교 예배에도 참석했다. 뿐 만 아니라 개신교 신자를 교황청 과학 아카데미 의장으로 임명하고 이슬람교 신자를 교황청립 대학교수로 임명한 것도 처음이다.

교회의 내적 성장과 신앙의 기초를 견고하게 한 그의 재위8년은 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다리놓기로 평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위대한 교황”이라 칭했다.

그러나 최측근인 집사의 비밀문서 유출과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권위에 손상을 입기도 했다. 최근엔 그가 뮌헨-프라이징 교구장으로 있던 때 일어난 사제 성범죄 사건이 문제가 되면서 사죄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은 오는 2일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돼 이후 사흘간 일반에 공개된다. 장례 미사는 5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주례한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된다.

이윤미·원호연 기자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