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추’ 고법판사 13명 사의 표명
실제 퇴직자는 더 늘 수도…지난해 이어 두자릿수 이탈 전망
인사 이원화 제도 우려 “유능 법관 사직 막으려던 목적에 반해”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올해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10명 이상의 고등법원 판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중견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면서 내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법관 인사 제도의 균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기준으로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13명의 고법 판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달 중반까지 추가 사의 가능성을 감안하면 실제 사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3명의 고법판사가 법원을 떠난 데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퇴직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중엔 사법고시 수석 출신인 정수진 판사, 3년 연속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노재호 판사도 포함됐다. 법원행정처는 다음달 3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및 평판사에 대한 정기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법판사는 법원 내 중추역할이자 법관 인사 이원화 제도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법관 인사 이원화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인사를 별도로 단행하는 제도다. 과거 고법 부장판사 승진에서 탈락한 판사들의 대거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선호 보직으로 꼽히면서 서울 고등법원 판사 경쟁률은 10대1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선별된 우수 자원들이 사표를 내고 있는 셈이다.
고법판사 대거 이탈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인사 이원화 제도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인사정책에 정답은 없다”면서도 “당초 유능한 법관의 사직을 막아보자고 이원화를 해뒀는데, 취지대로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대 중후반에 고법판사가 되면 승진 같은 동기부여도 없이 10년,20년 ‘하드워크’를 해야 하는데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고법판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엔 고법부장을 하다가 7년 정도하면 법원장이 된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었지만, 지금은 퇴직할 때 까지 (고법판사) 10년간 연임하는 제도가 되다보니 어떻게 보면 좀 답답하다”며 “고법 부장제도가 여러 폐단이 있어 폐지됐으나 이를 상쇄시켜줄 만한 대책이 이어지지 않은 것 같다. 적절한 보상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잘 기능될 수 있도록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상대적으로 난이도 있는 사건을 20년간 긴장감을 유지하며 다루는 일이 쉽지 않을 것”면서 “현실적으로 부동산 아파트 값 등 부담을 느껴 연봉의 2,3배를 받는 로펌으로 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밖에 형평성을 고려한 지역근무 부담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다가올 지방법원 부장판사 인사에서도 대규모 퇴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원은 전관예우 문제를 막기 위해, 법원장급 판사들이 일선 재판부로 복귀하는 ‘평생법관제’ 등을 도입했지만, ‘판사승진제 폐지’, ‘경력 법조인을 통한 법관 선발’ 등 조직 문화 변화와 맞물리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고법 부장판사급은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직행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의 대형 로펌행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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