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뮤지컬단 ‘알로하, 나의 엄마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뮤지컬단 ‘알로하, 나의 엄마들’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진을 봐도 동영상을 봐도 이게 사람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지금 시대엔) 사람을 탐구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2023년 ‘K팝 업계’의 지각변동을 외치며 가상 걸그룹 메이브가 데뷔했다. 이미 대중문화계에선 흔한 일이다.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가 노래를 하고, CF를 찍는다. 그룹 에스파는 현실에 존재하는 멤버는 4명이지만, 알고 보면 아바타(가상인간)까지 포함해 8인조 걸그룹이다.

공연계의 ‘스타 연출가’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은 가상인간 시대에 ‘진짜 인간’을 탐구한다. 그는 지난 31일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라운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올 한 해엔 연극성 회복을 통한 인간 탐구의 지속을 주제로 담아낸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극단 단장으로 취임, 5개월차 신임 단장으로 극단을 이끌고 있는 고선웅을 향한 공연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고 단장을 주축으로 한 서울시극단은 올 한 해 세종문화회관이 선보인 ‘2023 세종시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왼쪽 세 번째)과 김성국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박종원 서울시합창단 단장(왼쪽부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왼쪽 세 번째)과 김성국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단장,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박종원 서울시합창단 단장(왼쪽부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2023 세종시즌’ 라인업을 공개, 서울시극단,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오페라단 등 6개 산하 예술단을 중심으로 신작 12편과 레퍼토리 공연 등 총 28편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지난해 제작극장으로서 첫 1년간의 시도에는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는 제작 직군 인력을 늘려 제작 역량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의 취임 이후 세종문화회관은 산하 예술단의 자체 제작 공연의 비중을 늘리며 극장 운영의 중심축을 대관에서 제작으로 옮겼다. 성과도 있었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자체 평가다. 안 사장은 “지난 한 해 제작극장으로 전환의 어려움을 절감했다”며 “예술단 단원들의 기량과 예술감독의 역량이 뛰어남에도 예술단체의 제작과 기획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기대만큼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부터 인력 편제 개편과 제작 직군의 신설로 최소한의 제작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제공]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의 올 한 해 목표는 제작극장으로의 자리매김이다. 올해는 12편의 신작을 공개한다. 전년 대비 74% 증가한 규모다.

서울시극단은 세종문화회관이 제작극장으로 자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산하 예술단체 중 제작 편수가 가장 많다. 안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합류한 고선웅 단장의 작품이 기대를 모을 것 같다”며 “본인 연출 두 작품과 외부 연출가에 의뢰한 세 작품 등 서울시극단의 총 다섯 작품이 이번 세종시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그 역할을 견인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에선 칠레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 원작으로 시리아 내전을 다룬 연극 ‘키스’를 첫 작품으로 선보인다. 고 단장은 “아침드라마처럼 진행되다가 허를 찌르는 충격적 반전이 있는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출소 후 또 다른 감옥을 경험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게팅 아웃’(6월 23일 개막)과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시대에 사랑의 본질을 붙는 ‘카르멘’(9월 8일 개막)은 고 단장이 연출한 작품이다. 10월엔 ‘굿 닥터’, ‘12월엔 ’컬렉션‘으로 마무리 한다. 고 단장은 “올 한 해 인간 본래의 원형성을 회복하는 작품으로 시의성과 가치를 담은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무용단 '일무'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무용단은 지난해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선보인 ‘일무’(5월 25~28일)를 다시 선보인다. 70분 이하로 러닝타임을 압축, 보다 현대적인 문법을 넣었다. 서울 공연 이후인 오는 7월엔 미국 링컨 센터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은 디바이징 뮤지컬 ‘다시, 봄’(3월 15일 개막)을 통해 중년 여성들이 이야기를 다시 돌아본다. 극단 단원들과 함께 배우 문희경이 출연할 예정이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7월 12일 개막)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올린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아쟁 산조의 명인 김일구, 해금 연주자 김애라 등과 함께하는 ‘명연주자 시리즈’(4월 21일)와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확장을 실험하는 ‘믹스드 오케스트라’(9월 15일) 시리즈를 이어간다. 서울시합창단은 미국 합창 음악의 거장인 안드레 토마스를 초청해 미국의 합창음악과 흑인들의 음악을 재조명하는 ‘마스터 시리즈’(4월 13~14일)를 들려준다. ‘시그널: 오르간과 함께하는 합창음악’(10월 24일)은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세종문화회관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계적 수준의 클래식 연주자들도 올 한 해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준비한다. 11월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협연이 기다리고 있다. ‘세종 체임버 시리즈’엔 피아니스트 임동혁, 박재홍, 이혁이 무대가 마련됐다.

개관 45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은 안팎으로 ‘변화의 기로’에 섰다. 광화문 광장 개관으로 시민 접근성이 높아져 서울을 상징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그에 걸맞은 콘텐츠로 제작극장으로의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한 해다.

안 사장은 “공연 시장이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수요의 양극화가 가속되는 환경에서 순수예술 장르 공연 기관으로 역할을 다 하고, 개선된 환경에 걸맞는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며 “그간 젊은 층을 대상으로 바닥에서 움직이던 한류의 흐름이 지상으로 부상한 만큼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공연예술로 해외투어 기회도 찾는 한 해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