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표 최종 후보 확정 예고
대통령실·여당 강한 비토 정서
KT “예정대로 간다” 의지에도
정기 주총서 부결땐 경영 공백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또 다시 정치권 ‘외풍’에 출렁이며 안갯속을 걷고 있다. 이미 두 차례나 최종 대표이사 후보 선임을 번복했던 KT의 혼란이 더욱 길어질 분위기다. 정기 주주총회 일정마저 예정보다 늦춰질 것이란 가능성까지 나온다. 새해 임직원 인사 및 조직개편도 하지 못한 KT가 정치권 외풍에 휩쓸려 경영 공백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KT는 이달 7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KT 이사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차기 대표이사 후보 4명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가나다 순)이다. 모두 전·현직 KT 인사로 추려졌다.
그러나 해당 후보군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을 중심으로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또 다시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대통령실은 KT 차기 대표이사 인선과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생의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차기 대표 후보군이 전·현직 KT 인사들로만 구성된 것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를 내세웠다’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아울러 이번 KT 차기 대표 인선을 ‘이익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며 당장 인선을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공정성·투명성·객관성 강화를 위해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사내·외 후보자군 뿐만 아니라 인선자문단 명단, 면접심사 대상자 등 각 단계별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비토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차기 대표 인선 절차가 또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T 측은 현재까지 7일에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하는 일정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후보 1인 발표가 늦어질 경우 정기 주주총회 일정도 밀릴 수 있다.
대표 인선을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되자 KT가 이달 29일로 잠정 결정한 정기 주주총회 일정을 이틀 정도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KT는 2021년엔 3월29일에, 작년엔 3월31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일자는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민간기업의 대표 선임 절차를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적나라하게 비판을 쏟아내면서 야당은 “KT를 관치화하겠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산업 전반에 걸쳐 정치권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현 상황에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다.
KT는 지난 2002년 정부가 지분을 모두 팔고 손을 떼면서 민간기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난해 민영화 2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차기 대표 선임 과정은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을 불러오며 취약한 지배구조를 노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대표 후보로 구현모 현 대표를 추천했던 KT가 외풍 탓에 이를 전면 백지화하고, 다시 처음부터 선임에 나섰지만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외부 공모 결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장·차관 출신부터 윤석열 캠프 출신까지 정치권 이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대거 몰려 관치 논란에 불이 붙었다.
특히 새누리당 시절부터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그리고 지금의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현 여당 후보로 선거에 나섰다가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거나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이 KT 대표 공모에 지원한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KT 이사회가 이들을 모두 배제하고 전·현직 KT 인사로 최종 후보 4인을 추리자 대통령실과 여당의 목소리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KT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향해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주문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의 반대로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KT의 새 대표 선임안이 부결되면 KT는 다시 처음부터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제는 경영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셈이다. 구 대표의 임기는 이달 30일까지다.
한편, 정치권의 KT 대표이사 인선 개입 등 경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KT 주가도 하락세다. 지난해 12월 5일 3만8000원이었던 KT 주가는 지난 달 28일 2만9950원을 기록해 3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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