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은 4선 도전에 나설까? 불과 2개월 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77세의 대통령에게 대놓고 묻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지난해 말 결선투표 승리 직후까지 룰라의 4선 출마를 ‘확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령’인 데다 룰라 자신의 4선 불출마 언급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러 주요국 지도자들의 나이와 임기, 최근 연임 가능성을 시사한 룰라의 ‘변화’를 고려하면 4선 출마가 더는 ‘의외’의 변수는 아니다. 현재 집권 3개월차 룰라 정부의 입지는 ‘브라질의 룰라’보다 ‘세계의 룰라’ 쪽에 기울어 있다. 룰라 개인과 브라질의 정치·외교적 입지가 사뭇 달라서다. 국내 정치가 룰라 지지·반대로 양분된 참호전이라면 국제사회 속 브라질은 전격전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재집권 직후 룰라의 외교행보는 실리에 능한 정치프로의 민첩성을 보여줬다.

미-중 관계는 브라질의 꽃놀이패다. 앞선 이란 군함 브라질 정박 허가 ‘사건’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 브라질의 카드를 거리낌 없이 오픈한 사례다. 정박 허가시점이 룰라의 미국 방문 직후 그리고 중국 방문 직전인 것은 우연 같지 않다. 브라질의 대중 수출, 대중 투자유치 모두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브라질 안팎에서 중국 의존도가 너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이는 단선적 시각일 수 있다. 미국과 공급망 관계가 단절되며 중국의 브라질 주요 광물, 식량 수입의존도가 오히려 커진 것이다. 브라질만큼 안정적인 대체공급처를 찾기 어려워서다.

미·중·러 강대국 눈치를 보지 않는 브라질 대외정책 배경에는 두 가지 정세변화가 있다. 먼저, 미-중 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상황이다. 브라질은 주요 자원과 식량 대부분 자급자족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출 여력까지 충분하다. 미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낮은 내수 중심 경제라 글로벌 교역 여건 변화에도 부담이 적다. 공급망 리스크보다 이니셔티브가 훨씬 크다. 둘째, 룰라 집권으로 중남미, 비동맹 국가를 대표한 통합 리더십이 회복과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대한민국 경제에도 큰 위협이다. 미-중 분쟁 사이에서는 기존 방식만으로 안정을 담보하기 어렵다. 브라질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공급망 리스크 해소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구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브라질은 친환경 채굴·가공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우리 기업의 투자 진출과 협력사업을 희망하고 있다. 룰라 정부는 공급망 분야에서 개방과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저탄소·친환경 조건은 엄격히 통제할 전망이다.

브라질 인접국과의 경제협력도 브라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석유·가스 개발로 대규모 프로젝트 수요가 많은 가이아나의 경우, 우리 기업 진출 기반이 약해 단독 사업이 쉽지 않다.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가이아나 정부는 룰라 정부와 정치적 장벽이 낮고, 양국 간 고속도로 건설 등 협력사업에 우호적이다.

룰라의 정치적 입지와 경제적 실리를 함께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면 결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배상범 코트라 상파울루무역관 관장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