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복지 등 20년째 제자리
MZ세대에 맞는 비전 제시해야
“연봉, 복지, 사내 문화... 민간기업은 지난 20년간 개선이 됐지만 공무원은 제자리였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이 점점 커지니 노력에 따른 보상에 민감한 MZ세대가 등 돌리는 건 당연하죠.”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MZ세대의 공무원 기피 현상 원인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들이는 노력에 비해 실질적 보상은 미비하다는 것. 쉽게 말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공무원시험 경쟁률 하락을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보면서도 급격한 이탈을 공무원사회의 누적된 문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전문성과 보상 확대, 조직문화 개선 등 대대적인 환골탈태 없이는 장기적으로 공무원사회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그동안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았기 때문에 현재 경쟁률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하향 추세가 너무 급격하다. 공무원시험의 경우 2,3번 이상 준비하는 ‘장수생’이 많은 만큼 새롭게 도전하는 인원만 따로 본다면 하락세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MZ세대의 기피 원인으로 ‘비전 부재’를 꼽았다. 그는 “공직사회 활력이 떨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노력하고 성과를 내도 승진은 남들과 똑같이 한다. 월급, 인사, 전문성 등 여러 측면에서 비전이 없는데 윗세대는 인사 적체 현상이 발생하니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또한 “순환근무를 하니 전문성을 쌓지 못하고 ‘고인 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않아도 승진·정년이 보장되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경험과 개인적 성취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는 되레 치명적 단점이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업무전문성과 자율성 강화를 주문했다. 김태윤 교수는 공무원사회도 일하는 방식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무원 개인 역량 강화에 대한 관점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며 “공직에서 10년간 열심히 봉사하면 민간기업이 탐내는 인재가 될 정도로 전문성을 키울 기회를 줘야 한다. 연수 기회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업무에서 도전을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실패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상사, 조직 전체까지 책임을 져야 하니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직위분류제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직무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공무원을 분류하는 인사제도다. 우리나라는 개별 공무원이 가진 지위와 권한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계급제 성격이 강하다. 입직 연수에 따라 승진이 정해지고, 업무는 조직 상황에 따라 배치되는 방식이다. 박 교수의 제안은 입직 연수가 아닌 맡은 직무를 중심으로 공무원을 배치하고 승진시키자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직위분류제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공무원도 인사전문가, 재무전문가, 보건전문가가 될 수 있는 이유”라며 “한국 공무원사회도 직무전문성을 쌓고 승진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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