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 궁궐-승가사 중간지점 위치

신영동 공영주차장 신축 부지서

‘승안 3년’ 새겨진 기와 등 출토

서울 종로구 신영동의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일 “전문가 검토 결과, 고려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단, 석축 등을 토대로 볼 때 이 정도 규모의 고려시대 관련 건물지가 서울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이곳이 공적 건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 [연합]
서울 종로구 신영동의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일 “전문가 검토 결과, 고려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단, 석축 등을 토대로 볼 때 이 정도 규모의 고려시대 관련 건물지가 서울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이곳이 공적 건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 [연합]

고려 무신정권 시대 무렵 공공 기관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서울에서 발견돼 정부와 학계가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20일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부터 28일 간 진행한 서울 종로구 신영동 248-32번지 한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 부지 발굴 조사에서 고려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흔적이 잇달아 확인됐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축대, 기단(基壇·건축물의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에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 등이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이곳은 고려 남경 궁궐 중심지와 삼각산 승가사(고려 현종계 왕실 성지)의 중간 지점이다. 이에 왕실 종교행사 방문 때 사용됐던 의전용 건물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16일 문화재위원회가 현장에서 가진 회의에서도 고려시대 공공 기관 건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수도문물연구원이 두 차례에 걸쳐 약 1382㎡ 크기의 부지를 조사한 결과, 이곳에서는 ‘승안 3년’(承安 三年)이라고 새겨져 있는 기와 조각과 청자 조각, 도기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승안 3년은 1198년으로, 무신정권 시기이다. 출토된 유물은 시기를, 건축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는 고려 중기 공적 기능과 관련된 형태라는 점을 알려준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장에서 출토된 기와와 청자, 도기 조각 모습. [연합]
현장에서 출토된 기와와 청자, 도기 조각 모습. [연합]

현장 상황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승안 3년’이라고 새겨진 기와가 나온 만큼 당시 건물이 있었던 단서로 볼 수 있다”며 해당 유적이 고려 시대에 조성됐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문화재청과 전문가들은 이런 유구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한 자리에서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장은 대략 1m 정도 될 법한 긴 돌 여러 개가 네모반듯한 모양을 이뤘고, 돌로 쌓은 담장이나 축대 등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원에 따르면 현장의 서쪽 권역에서는 건물지가 최소 3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한 곳은 남아있는 유구를 볼 때 길이가 20m, 너비가 5.5m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문가 검토 결과, 고려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단, 석축 등을 토대로 볼 때 이 정도 규모의 고려시대 관련 건물지가 서울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만큼 건물의 성격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반 민가보다는 위계가 있는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적 (용도의) 건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 유적이 추가로 확인된 점 또한 주목된다. 이 유적으로부터 약 370m 떨어진 신영동 공영주차장 신축 부지에서는 고려 시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관련 흔적이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위치는 다르지만, 고려 시대로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추후 전문가 검토를 거쳐 유적의 성격을 규명한 뒤 현장 관계자, 관할 지자체 등과 함께 보호 조치 및 보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