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일본 정부가 최근 공개한 외교청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두 등으로 국제사회가 “역사적 전홤점”에 있다며 향후 국제사회의 긴장과 대립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있어 한국은 중요한 이웃 이라며,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표된 2023 외교청서에서 일본 정부는 “일부 국가가 급속하고 불투명한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독자적인 역사관과 가치관에 따라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일본과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 사항”이자 “지금까지 없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외교청서에서 중국을 “안보상의 강한 우려”로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표현 수위가 한층 강해졌다.

아울러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해 “중대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외교·안보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면서 중국에 대한 표현을 “국제사회의 우려 사항”에서 “지금까지 없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변경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의 위협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핵의 사용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일본은 북한 위협을 언급하며 “안전보장 측면을 포함해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은 논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표현 수위는 높이면서 미국, 한국과의 협력은 한층 강조했다.

청서는 특히 한국을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있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했다. 지난해 “중요한 이웃나라”라고만 규정한 것에 비해 훨씬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깊어진 대립의 골에서 향후 외교, 군사 영역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을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표현하면서 한국, 미국과 연계한 대응을 강조한 것은 일본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 북한이 최근 들어 전술핵탄두 ‘화산-31형’을 공개하는 등 핵 무력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의 핵확장 억제 강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내에선 북한이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핵무장론도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지난해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를 거론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은 노골적으로 핵무장론을 언급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조금씩 발을 넓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일본은 이번 청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나라와 러시아 사이에서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나라가 많다면서 국제질서 유지나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나라들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 군사원조를 제공하려는 계획은 이 같은 맥락에서 영향력 확대 노력으로 풀이된다.

레이먼드 야마모토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일본의 군사원조 계획은) 일본 외교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라며 “같은 뜻을 가진 국가와 기존 안보관계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상징적 신뢰 구축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