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해외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하며 폭언, 차별, 갑질

견책 받자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법원에 소송

법원 “징계 정당, 오히려 견책은 비위 행위에 비해 가벼운 측면도”

경기 성남 코이카 연수센터 [코이카 제공]
경기 성남 코이카 연수센터 [코이카 제공]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현지 운전기사를 “뚱땡이”라고 부르는 등 폭언과 차별·갑질을 일삼은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사무소장에 대한 견책 징계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무소장 A씨가 “견책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1민사부(부장 박종열)는 A씨가 코이카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청구 소송에서 원고(A씨)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가장 가벼운 징계처분인 견책은 A씨의 행위에 비해 오히려 가벼운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는 1986년 코이카(당시 한국해외개발공사)에 입사해 2020년 9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코이카 해외사무소 소장으로 근무했다. 한국 직원 6명(인턴 포함), 현지 직원 5명을 이끌었던 그는, 재판 결과 11가지 비위 행위가 확인됐다.

대표적인 게 현지 운전기사를 이름 대신 “뚱땡이”라고 부르는 행위였다. A씨는 다른 현지 직원들에게도 “냄새가 난다”, “안 씻는다”, “stupid하다(멍청하다)”, “lazy하다(게으르다)”, “아프리카 너네는 다 똑같다”라고 하는 등 폭언과 고성을 거의 매일 일삼았다.

A씨는 한국 직원들에게도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 평소 현지 직원들이 아랍어로 무슨 대화를 하는지 녹음하라고 지시했고, 인턴에겐 본인 주거지의 방충망 설치 작업을 지켜보라고 했다. 또 인턴이 한국에서 백신을 맞겠다고 하자 “쓸데없는 인턴 필요없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A씨는 현지 직원들만 커피 캡슐 및 간식을 이용하지 못하게 차별하고, 매일 1시간씩 무급으로 추가 근무를 시켰으며, 임신 중인 직원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자가격리를 요청하자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막는 등 갑질 행위를 벌였다.

A씨의 비위 행위는 감사실로 익명의 신고가 접수되면서 드러났다. 조사위원회는 여러 차례 조사와 면담 끝에 A씨에게 견책 징계처분을 내렸다. 견책은 특별한 불이익 없이 주의를 주는 것으로 비위 행위가 가벼울 때 내리는 조치다. 이에 대해 A씨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측은 “(폭언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을 뿐이다”, “정당한 업무상 행위였다”, “36년 이상 성실히 근무했다”며 징계는 부당하다고 했지만 법원은 11가지 비위 행위가 모두 인정되고, 징계 수위도 과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엄격히 근절해야 할 필요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직원이 장기간에 걸쳐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견책은 A씨의 행위에 비해 가벼운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