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오는 30일 개막
굿·판소리·전통음악·재즈·전자 음악·탈춤까지…
장르·세대·국경 허문 ‘축제하는 인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판소리는 굿과 만나고, 클래식은 전통음악과 만난다. 명인, 명창들이 총출동해 MZ세대부터 80대까지 아우른다. 이질적인 두 세계가 ‘충돌’하고, 다양한 세대가 ‘조화’를 이룬다. ‘여우락’이 만드는 장르와 세대를 넘는 방법이다.
“가장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보여주는 극명한 공연들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아람 예술감독)
국립극장의 여름음악축제 ‘여우락(樂) 페스티벌’이 돌아온다. 올해의 주제는 ‘축제하는 인간’. 오는 30일부터 7월 2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하늘극장, 문화광장에서 이어질 페스티벌에선 총 12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이아람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그동안 코로나19 시대를 보내며 많은 사람들이 극장과 페스티벌을 찾기 어려웠다. 올해는 축제의 본능들을 깨워 시명과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일관성 있게 구성했다. 그간 여우락이 시도해온 전통 기반 젊은 연주자들의 ‘음악적 진화’를 만나는 것은 물론, 세대와 장르, 국경을 넘나든 무대를 만든다. 이 감독은 “올해 여우락은 모바일 게임의 능력치를 표현하는 육각형이 고루 분포한 ‘육각형 페스티벌’로, 치유와 신명, 환경 등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라며 “어느날 오니 굿을 하고 있고, 어느 날 오니 전자음악을 하고 있는 페스티벌로 만들어 지금 우리 시대의 여러 가지 예술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타악 연주자’ 황민왕은 음악감독을 맡아 오랜만에 여우락으로 돌아왔다. 황 감독과 함께 올해의 여우락은 타악, 연희, 무속의 색채를 많이 입었다. 그는 남해안 별신굿 이수자이기도 하다.
황 음악감독은 “그간 여우락이 마니아 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었는데 연희 장르의 비중을 늘려 그런 우려에 대해 불식하고,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전통의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줄 명인들의 무대부터 시작한다. 명창 윤진철과 무녀 김동언이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와 동해안별신굿 ‘심청굿’을 주고받는 개막작 ‘불문율’(6월 30일)이 문을 연다. 호남과 영남지역에서 30여년간 농악을 해온 유순자·손영만 명인이 함께 꾸미는 ‘추갱지르당’(7월19∼20일)도 주목할 공연이다. ‘젊은 에술가들의 무대’로 익숙했던 ‘여우락’의 세대 확장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감독은 “심청을 주제로 굿과 판소리가 만나 하나의 공연을 꾸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 무대에 오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 생각했다”며 “그동안 여우락은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과 도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기본 정신은 전통예술이기에 그 존경심을 담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경의 경계를 뛰어넘는 시도도 있다. 황민왕 음악감독은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드러머 사토시 다케시와 우리 전통 리듬을 확장하는 공연 ‘장:단’(7월8∼9일)을, 사물놀이 그룹 느닷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전통 현악기 연주자 킹 아이소바와 한국의 흥과 아프리카 힘이 어우러진 ‘리듬 카타르시스’(7월13∼14일)을 준비한다.
장르를 아우르는 협업은 전통 기반 젊은 예술가들의 장기다. 소리꾼 박인혜는 ‘종이 꽃방: 두할망본풀이’(7월1∼2일)를 통해 재즈 입힌 1인 판소리를 들려준다. 잠비나이 김보미(해금)와 록 밴드 스쿼시바인즈가 만난 ‘신:지핌’(7월6일)을, 전통음악을 현대적 감수성을 더하는 밴드 더튠과 전통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세움은 ‘물’을 주제로 한 ‘자유항’(7월12일)을 선보인다. 세움의 이준(가야금)은 “두 팀 모두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한계 없는 융합을 통해 현대인들과 소통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각자 사유하고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 개성이 자유항이라는 주제를 통해 융합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자음악과 불교음악이 결합한 공연 ‘룰(lull)∼유영’(7월 18일)과 젊은 탈꾼들의 고민을 담은 ‘가장무도: 탈춤의 연장’(7월 4∼5일)도 만날 수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공연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이아람 감독이 함께 하는 폐막 무대다. 두 사람은 공연 ‘백야’(7월 21∼22일)를 통해 장르를 뛰어넘는 음악세계의 어우러짐을 보여준다. 현에 고무나 나뭇조각 등의 이물질을 부착해 음질과 가락을 바꾸는 프리페어드 피아노 연주와 대금으로 들려주는 문묘제례악, 토이(장난감) 피아노와 단소의 협연 등도 만난다. 90분 동안 9개의 곡이 연주된다.
이아람은 “클래식과 국악이 만나는 자리라기보다는 두 아티스트가 만나 새로운 세계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손열음씨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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