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필 최연소 수석지휘자

19일 롯데콘서트홀 내한 공연

“보물같은 음악 전하는 것이 소명”

이스라엘 출신의 라하브 샤니는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 야닉 네제-세갱이 거친 네덜란드의 ‘국보 오케스트라’인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역대 최연소 상임 지휘자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스라엘 출신의 라하브 샤니는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 야닉 네제-세갱이 거친 네덜란드의 ‘국보 오케스트라’인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역대 최연소 상임 지휘자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시 ‘비창’이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세계 무대가 주목하는 ‘젊은 거장’ 라하브 샤니(34)에게 이 곡은 각별하다.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저의 아주 특별한 첫 만남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자, 우리 관계에서 매우 특징적인 곡이에요. 무한한 에너지와 영감을 상징하는 곡이죠.”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 야닉 네제-세갱이 거친 네덜란드의 ‘국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이스라엘 출신의 라하브 샤니의 이름이 세계 무대에 알려진 것은 2013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였다. 스물 네 살에 콩쿠르에서 우승 타이틀을 따낸 그는 3년 뒤 2016년 6월 19일 로테르담 필과 첫 만남을 가진다. 그 때 연주한 곡이 ‘비창’이다. 지휘와 피아노 협연을 동시에 선보인 무대였다. 그로부터 2개월 후, 라하브 샤니는 이 악단의 상임 지휘자가 됐다.

라하브 샤니가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한국 관객과의 만남에선 7년 만에 다시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연주한다. 최근 서면 인터뷰로 만난 그는 “이 곡만큼 저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음악을 하며 발견한 마법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은 없다”고 말했다. 협연자로 함께 하는 김봄소리와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한국 공연을 앞둔 기대도 높다.

“한국은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관객이 있는 축복받은 나라예요. 견고한 음악 문화와 교육으로 좋은 음악가들이 많이 배출되는 나라죠. 다음 시즌 로테르담과 함께 하는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이 있고요. 특히 관객들은 세계의 다른 나라에 비해 꽤 젊어 매우 열정적이에요. 그런 관객들을 위해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에요.”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라하브 샤니.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라하브 샤니. [롯데문화재단 제공]

샤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사상 ‘최연소 수장’이자,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신성’이다. 주빈 메타의 뒤를 이어 고향인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 됐고, 지난해 3월 뮌헨 필을 객원 지휘한 후 1년도 되지 않아 차기 수석지휘자로 임명됐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지지도 한 몸에 받는다. 특히 주빈 메타,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인연이 깊다. 그는 주빈 메타가 이끈 이스라엘 필에서 더블베이스를 연주했고, 바렌보임에게 지휘를 배웠다.

“주빈 메타는 처음부터 저를 응원해줬고, 바렌보임은 스무살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론과 실제 지휘를 가르치며 지지해줬어요.”

피아노를 그만두지 않고 지휘와 병행한 것도 바렌보임의 조언 때문이다. 샤니는 “베를린 유학시절, 지휘에 집중하기 위해 피아노 공부를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바렌보임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설득했다. 그 때 그 말씀을 들었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지휘자 라하브와 피아니스트 라하브는 기본적으로 같은 음악가”라고 했다. ‘최연소’라는 ‘나이 타이틀’에 초점이 향하지만, 그는 “오케스트라가 나를 새로운 상임 지휘자로 임명한 이유는 단순히 젊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와 에너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계에 밀어붙이는 감각, 음악에 대한 같은 관점을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수십 년 간 로테르담 필하모닉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의 나이가 아닌, 이러한 자질이에요.”

이스라엘 출신의 라하브 샤니는 샤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사상 ‘최연소 수장’이자,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신성’이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스라엘 출신의 라하브 샤니는 샤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사상 ‘최연소 수장’이자,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신성’이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샤니는 세 악단에 대해 “모두 작곡가의 의도를 표현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며 “이는 결국 얼마나 합이 잘 맞느냐에 대한 것인데, 세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하는 순간부터 각 오케스트라들의 단합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로테르담 필하모닉과는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는 “로테르담은 에너지가 넘치는 활기찬 연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동시에 필요한 때에는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연주를 보여준다”며 “호기심이 많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클래식 연주자로서 우리는 스스로를 위대한 전통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음악과 음악을 만들어내는 예술성은 과거 세대로부터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졌는데, 이 보물 같은 음악을 발전시키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음악가들의 소명이자 책임이에요. 때문에 과거 거장들의 음악을 완전히 새로운 것처럼 연주하고, 걸작이 될 수 있는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시대의 음악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죠.”

그의 음악적 영감은 언제나 ‘위대한 작곡가’들이 남긴 악보, 오케스트라의 음악성, 음악을 듣는 관객에 있다. 샤니는 “악보, 연주자, 관객을 황금 삼각형”이라고 했다. 이 셋이 완전한 균형을 이룰 때 마법 같은 경험이 만들어진다.

“음악을 통해 우리 모두 인간으로서 깊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마법이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요. 마법은 언제나 훌륭한 음악, 공연의 에너지, 관객들의 집중과 이해가 훌륭한 방식으로 합쳐져 일어나죠. 전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에요.”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