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과 이에 따른 혼란 수습 과정에서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푸틴의 꼭두각시’로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빈약한 독재자였지만 양측 중재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외교무대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반면 푸틴 대통령과 강력한 우호 관계를 토대로 미국 등 서방 제재에 맞서온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입지 변화에 따라 외교·안보·경제 전략을 재구상해야 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 군 수뇌부 교체를 요구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 200㎞ 앞까지 진격했으나 36시간 만에 뜻을 접었다.
긴박했던 상황을 일단락시킨 1등 공신은 루카셴코 대통령이다. 29년 간 독재 권력을 유지하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선과 결과에 항의하는 반대세력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맞아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프리고진 간 협상을 주재하며 이웃 강대국 러시아 정국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미 언론 통제가 이뤄지는 벨라루스에선 루카셴코 대통령의 역할과 공로를 추켜세우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그의 리더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크렘린궁과 바그너 간 충돌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독재자에서 정치인으로 자신의 입지를 바꿀 기회를 보고 있다며 가장 큰 승리자라고 전했다.
벨라루스 외교관 출신으로 유럽외교협회(ECFR)에서 활동하는 파벨 슬루킨 연구원은 NYT에 “푸틴은 자신의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줬고 프리고진의 공격은 매우 대담했지만 패배자처럼 보였다”면서 “오직 루카셴코 대통령만이 협상이 가능한 중재자로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승점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머릿 속은 한층 복잡해졌다.
러시아 내 반란 사태에 침묵하던 중국 외교부는 25일 “러시아의 내정”이라는 짧은 입장만 발표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인 이웃 나라이자 신시대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며 “러시아가 국가의 안정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해당 사안에 제한적인 내용만 보도했으며, 관영 신화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보도하면서 러시아의 대(對)테러 조치를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혼란이 중국에도 불확실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의 테무르 우마로프 연구원은 WSJ에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정권 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란 중국의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껏 친밀한 관계를 다져온 푸틴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차기 러시아 지도부가 중국에 반드시 우호적일 것이란 보장도 없다.
할 브랜드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블룸버그에 실은 칼럼에서 “또 다른 러시아 독재자가 들어서도 여전히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모든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푸틴 대통령처럼 시 주석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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