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제로 창시자 브레머 전망
“미ㆍ러 신냉전은 틀렸다. 포스트 G제로 시대 5~10년내 열린다”
냉전 이후 국제사회 헤게모니 부재를 의미하는 ‘G제로’ 개념을 처음 명명한 이안 브레머(45ㆍ사진)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포스트(後) G제로’ 시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브레머는 24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냉전 종결 25년 “G제로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고 역설했다.
미국 정치ㆍ경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미국이 스스로를 본보기로 세계를 이끌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내 경제 양극화, 미 국가안보국(NSA)의 스파이 활동 폭로 등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중심 일극체제와 경찰국가로서의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미국과는 다른 정치ㆍ경제모델로 급속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G제로 시대는 아직 서막=브레머는 “미국의 국제질서 지배력 약화는 ‘G제로’ 개념이 처음 나왔던 4년 전보다 더 뚜렷해졌다”며 “G제로 시대는 아직 시초”라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에도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제재와 방공식별구역을 도입한 중국 대응에서 개입을 최소화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제한적 개입주의’와 ‘다자적 개입주의’의 신(新) 외교독트린 일환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부채위기 속에 역내 현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등 신흥국은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브레머는 설명했다.
냉전시대 보다 세계가 더 불안해 보인다는 지적에는 “냉전시대에는 쿠바 위기등 핵전쟁 위험을 내포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안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G제로 시대는 다르다”며 “대국간 전쟁이 아니더라도 전투는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난민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격파와 무법국가가 활동하는 범위도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5~10년내 포스트 G제로=그러나 “G제로 시대가 수십년 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음 질서가 가시화되기까지는 5~10년이 걸릴 것”이라며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나는 미국이 중국과 힘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 영향력이 강한 새로운 규칙과 국제기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힘의 균형 변화를 반영한 체제가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국제사회가 가공할 만한 위기에 직면해 그 안에서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것이다. 계기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 분쟁, 상상 불가능한 대참사,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병원균 확산, 통제불능의 사이버 전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제만 큰 나라=브레머는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과 관련해 “틀렸다”고 잘라 말했다. 근거로는 ▷우선적으로 러시아에 그럴만 한 힘이 없고 ▷유럽이 진정으로 미국을 지지하지도 않으며 ▷미국은 사실 러시아와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브레머는 “중국은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영향력이 증가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지나치게 ‘배’를 흔들어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간 냉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미ㆍ러보다 더 걱정”이라며 “5년 후, 10년 후 포스트 G제로 세계가 미국과 중국 양진영으로 갈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외교력, 기술력, 자원, 소프트 파워 등 많은 분야에서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며 “초대국(超大國)이 됐지만 경제만 돌출된 초대국에 머물렀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외교가 중요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대내외 무관심과 중국 팽창이라는 큰 흐름 안에서 누가 미국을 지휘한다고 해도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 브레머=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유라시아그룹 회장. 정치적 리스크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체계화한 인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가 사라졌다는 의미에서 ‘G제로’ 이론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1년에는 신흥국을 대상으로 정치 리스크를 점수로 매겨 지수화한 정치리스크 인덱스(Global political IndexㆍGPRI)를 개발하기도 했다. 1998년 세계 정치 리스크 분석ㆍ조사회사 유라시아그룹을 설립해 현재 650명 전문인력과 뉴욕 본사 외에 워싱턴, 러시아, 도쿄에 지사를 두고 있다. 뉴올리언스주 명문대학인 툴레인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5세 나이에 후버연구소 최연소 선임연구원에 임용됐고 지금도 컬럼비아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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