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에코프로 주가가 전망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증권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가 한국판 ‘밈 주식’에 가까운 성격으로 급등하면서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가 흐름을 나타내자, 증권가는 사실상 에코프로 주가 관측을 포기한 모양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42만5000원이다.
하지만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7일 기준 에코프로 종가는 98만원으로, 증권가 목표가의 2.3배 수준이다.
목표주가는 증권사가 향후 6개월∼1년 안에 해당 종목의 주가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평가해 산출한 값이다.
따라서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보다 낮다면 이론적으로는 현재 주가가 과대 평가돼 있다는 뜻이지만, 현재로서는 증권가가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낮게 책정했다기보다 사실상 전망에 손을 놓은 쪽에 가까워 보인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지난달 초 56만2000원(6월 1일 종가)에서 한 달여 만에 98만원으로 74.4% 급등했다.
그러나 이 기간 에코프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현재 시장에 제시된 에코프로 목표가 평균치는 지난 5월 삼성증권(40만원·투자의견 중립)과 하나증권(45만원·투자의견 매도)이 마지막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근거한 값이다.
시장의 높은 관심에 비해 증권사 분석이 부진한 이유는 일단 에코프로가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지주사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바라볼 때 에코프로 주가 흐름이 비이성적이라는 판단 아래, 분석에서 손을 뗀 측면이 강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2차전지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에코프로는 개인 투자자들이 오로지 ‘오를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사들이는 밈 주식처럼 돼 버렸다”며 “주가 방향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리포트를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도 “에코프로의 주가는 분석의 영역을 이미 넘어간 상태”라며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아무리 시나리오를 돌려봐도 25조원이 넘어가는 시총 규모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판단으로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항의부터 당국 조사 가능성까지 리서치센터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분석을 망설이게 만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그나마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최근 한 달간 증권사 5곳(신영·NH투자·대신·유안타·한국투자증권)에서 분석 보고서를 낸 상태다.
하지만 이 종목 역시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치(29만2600원)와 실제 주가(지난 7일 종가 28만원)의 괴리율이 4.5%에 그쳐 실제 주가가 목표주가를 언제 넘어설지 알 수 없다.
에코프로 그룹 종목이 제도권 분석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이 시가총액은 50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지난 7일 기준 에코프로(26조951억원)·에코프로비엠(27조3843억원)·에코프로에이치엔(9534억원)의 시총 합계는 총 54조4328억원으로, 이는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약 81조4000억원) 다음인 시총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