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사법부, 노력에도 충분한 신뢰받지 못해”

“책임 통감 송구…판사 수 늘리고 심리절차 개선을”

박정화 “대법원 구성 다양화, 공정 판결 첫걸음”

“사법 신뢰 높지 않아 안타까워…법관 개인 비난 지양해야”

조재연 대법관 [헤럴드DB]
조재연 대법관 [헤럴드DB]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조재연(67·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과 박정화(58·20기)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18일 퇴임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두 대법관의 퇴임식을 열었다.

조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이제 임기 6년을 마치고 대법관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다”며 “그러나 사법부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운을 뗐다.

조 대법관은 “사법부는 그동안 부단한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며 “최고 법원에 몸담았고 사법행정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 변화에 따라 근래 법적 분쟁의 양상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복잡, 다양해졌다”며 “그만큼 심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판결의 내용도 한층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국민의 권리 구제에 소홀함이 없도록 판사의 수를 적절히 늘리는 한편 한정된 사법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심리 절차와 방법, 심급 제도의 운용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관은 “사법신뢰를 향한 길은 매우 힘들고 긴 여정”이라며 “그러나 힘들고 어려울수록 묘수를 찾기보다 재판의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할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 대법관 “스스로 다짐했던 것을 상기하며 퇴임사를 하려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법원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이 올라온다“며 ”그렇기에 다양한 성장환경과 경험,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들이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사람과 삶을 향한 깊은 애정과 통찰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사건에 맞는 결론에 이를 수 있고, 대법원 구성 다양화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박 대법관은 6년 전 이른바 ‘비(非) 서울대’이고 여성인 자신이 대법관이 된 것도 대법원 구성 다양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보호에 충실할 수 있는 대법원이 되길 바라는 국민의 바람 때문이었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지만 그동안의 판결들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에 부합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에 조금이나마 기여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박 대법관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최종 판결이라도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비판할 수 있고 법관도 건전한 비판은 건전히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을 왜곡해 전파하거나 법관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법관 독립을 해하고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은 문재인정부에서 처음 임명된 대법관들로 2017년 7월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서오남(서울대 출신·50대·남성)’ 중심 인선과 거리를 둔 발탁이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대법관 구성 다양화에 방점이 찍힌 인사로 평가받았다. 두 사람 다 서울대 출신이 아닌데다 조 대법관은 법관 경력이 있지만 20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했고, 박 대법관은 여성이란 점 때문이었다.

두 대법관의 후임으로는 서경환(57·21기) 후보자와 권영준(53·25기) 후보자가 제청된 후 각각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전날 여야 합의로 채택됐지만, 로펌 의견서 논란을 빚은 권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는 채택이 미뤄진 상태다. 대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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