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우의 착용에 안전재난수칙상 위험 언급에도
군인권센터 “병사들 투입 직전에 ‘실종자 수색’ 인지”
사고 당일 변경 없이 수색 작업 지시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경북 예천군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과 관련, 수색을 맡은 부대 간부들 사이에서 장화와 우의를 착용하라는 지시에 대해 위험 우려를 건의했지만 묵살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습지 수색’ 임무를 받았지만 예정에 없던 수중 수색에 나선 탓에 구명조끼 없이 물에 들어간 사실도 드러났다.
8일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예천군에서 수색 중 사망한 해병1사단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의 사망 사건의 발생 과정과 경위, 사건 발생 이후 후속 조치 등에 대한 제보와 진술, 중대장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 등을 공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은 물 속에 투입될 준비가 돼있지 않은 부대에 수중 수색에 투입해 발생한 예정된 참사가 명백하다”며 “무리한 수중 수색은 사단장 등 해병대1사단 지휘부의 지히에 의한 것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채 상병이 사망하기 전날인 지난달 18일 지휘부에서 장화와 우의를 착용한 채 수색 작업을 지시한 사안에 대해 위험성을 건의했지만, 지휘부로부터 묵살된 채 수색 작업이 진행됐다는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중대장이 수중 수색을 진행할 경우 장화에서 전투화 변경을 요청했다고 사고 전날 밝혔지만, 다음날(19일) 오전 5시 32분에 장화와 우의 등을 지참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건의가 묵살된 것 ”이라며 “우의를 착용하고 장화 신고 수색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지휘부가) 현장 감각이 없었다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지난달 18일 첫 임무 투입 당시 사고가 발생한 포7대대는 수중 수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임무를 끝내고 철수할 때 전파된 사단장 지시사항에는 물에 들어가라는 말이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며 “사단장은 일렬로 임무 수행하는 부대장이 없도록 하라며 포병부대가 비효율적이라고 질책했고, 곧이어 전해진 사단 전파 사항은 ‘(물에) 무릎 아래까지 들어가서 바닥을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지시를 받은 현장 간부들은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이행하자니 위험해보이니 고충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무리한 수중 수색 지시는 명백히 해병 1사단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중대 카카오톡 등 자료에 따르면, 병사들이 사고 현장에 투입되기 직전까지도 대민 지원을 나간다는 통보만 있었을 뿐 실종자 수색 작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센터는 사고 당일 참상도 설명했다. 임 소장은 “수색 도중 물 밑의 모래 바닥이 쓸려 내려가면서 채 상병을 포함한 평사 8명이 급류에 휩쓸렸다”며 “채 상병 인근에 있던 병사 2명은 50m나 떠내려가다가 간신히 구조됐다. 채 상병은 헤엄을 치다가 빠른 물살 속에서 떠오르지 못하고 그대로 떠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명조끼라도 입고 있었다면 물에 뜨지 못한 채 1분도 되지 않아 모습을 감추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채 상병 외 물에 휩쓸린 병사 2명 역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임 소장은 “구명 조끼 없이 수중 수색 투입된 해병 대원이 임무 수행 중 안타깝게 순직한 참사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건 경위와 문제점 규명되길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사건 발생일부터 20일 지난 현재까지 정부 국방부 해병대 등 책임 있는 국가 기관 어디에서도 사고 원인은 물론 경위조차 밝히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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