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수증기 유입 늘어
“한국 태풍 취약지역 될 가능성”
한반도 수직관통한 카눈 소멸
12시간가량 한반도를 관통한 제6호 태풍 ‘카눈’이 인명피해 없이 11일 새벽 6시 평양 부근에서 소멸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이 현재보다 더한 ‘태풍 취약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9시20분께 한반도에 상륙한 카눈은 12시간가량 한반도를 관통해 이날 오전 6시께 평양 남쪽 약 30㎞ 부근 육상에서 소멸했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카눈은 오랜 기간 생존하면서 한반도까지 도달한 ‘이례적’ 태풍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카눈은 평년 대비 뜨거웠던 남해안 해수온을 연료 삼아 세력을 키우며 한반도에 상륙했다. 남해안 수온은 평년 대비 1~2도 높은 29도인 상태다.
과거 기록을 보면 태풍은 한반도 인근 기압 영향을 받아 동해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카눈 경로에 영향을 미칠 만한 기압계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라 한반도를 따라 북진하는 경로를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카눈은 태풍 전 단계인 열대성 저기압의 일종인 열대저압부로 소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카눈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당초 우려와 달리 발생하지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6시 기준 카눈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집계되지 않았다. 전날 대구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1명씩 발생했으나 이는 수난사고와 안전사고로 분류됐다. 시설 피해는 공공시설 184건, 사유시설 177건, 도로 침수·유실 64건 등 총 361건이 발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카눈이 세력을 키워온 과정 등을 근거로 향후 한국이 태풍 취약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조천호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한반도에 도달하는 태풍도 점점 더 강해져 취약지대가 될 수 있다”며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공기 중 수증기는 7%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카눈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것 역시 일본에 이미 상륙한 이후 한국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 박사는 “카눈이 일본에 먼저 상륙해, 세력이 비교적 약화한 상태에서 한국에 도착했기 때문에 피해가 예상보단 적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눈은 일본을 거쳐오면서 오키나와 현에선 사망자가 1명 발생했으며, 가고시마현과 구마모토현에선 부상자가 각각 6명, 1명 발생했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도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인근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추후 한반도에 이전 대비 강력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있어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눈 이후로 우리나라는 높은 습도로 인한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날 남부지방 낮 최고기온은 30도 이상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기온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12일은 남부지방과 충청까지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을 전망이다. 현재 비구름대 영향을 받고 있는 수도권엔 12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지다 밤 사이 대체로 소강상태에 이르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소멸하긴 했으나 열대저압부 형태로 아직 해양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채 육지에 남아있기 때문에,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계속에서 들어올 것”이라며 “한동안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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