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이폰 금지령 공공기관 등 확대…화웨이 새 스마트폰 돌풍
“아이폰 이용자 다시 화웨이 갈 수도…내년 출하량 1000만대 감소”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이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5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중국에서 아이폰의 판매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애플 시가총액이 이틀만에 200조원 이상 날아갔다.
이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큰 폭의 평가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 주식의 5.86%(6월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준의 운용사인 뱅가드(8.34%), 블랙록(6.65%)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주식을 들고 있다. 버크셔는 그동안 애플의 투자 비중을 지속 확대해 왔고, 올 1분기 현재 전체 포트폴리오의 46% 이상이 애플 단일 종목에 집중돼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2.92% 하락한 177.56달러(23만7131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6% 떨어진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한때 3조 달러를 넘어섰던 시가총액도 2조7760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틀 만에 시총이 1897억 달러(253조원) 날아갔다.
이런 주가 하락은 중국에서 애플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아이폰 금지령'은 정부 기관을 넘어 국영 기업과 다른 공공 기관으로 더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는 직장 내에서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할 수도 있고 다른 기관은 직원의 아이폰 사용을 완전히 금지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에 맞선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분쟁이 기술 전쟁 양상으로 발전하자 핵심 기술 자립에 공을 들였고, 지난 수년간 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최근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지난달 29일 출시한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웨이가 출시한 '메이트 60 프로'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갖춰야 하는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속에 지난 3년 동안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았다. 화웨이는 구체적인 스펙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이트 60 프로'의 다운로드 속도는 500Mbps(초당 메가바이트)로 통상 중국 4G 휴대전화의 5배 수준이다.
가격은 960달러부터 시작해, 아이폰 14 프로의 999달러보다도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특히 '메이트 60 프로'의 초기 물량은 몇 시간 만에 매진되면서 중국 소셜 미디어(SNS) 등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며 그 영향으로 구매 대기자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미국의 제재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하면서 화웨이가 중국 시장에서 애플에 빼앗겼던 소비자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아이폰의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애플의 3번째 시장으로, 애플은 전체 매출의 19%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 마틴 양은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 조치와 새로운 화웨이 폰(의 인기몰이)은 아이폰에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많은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화웨이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아이폰 이용자들이 다시 화웨이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화웨이 스마트폰 영향으로 애플은 2024년 아이폰 출하량 예상치의 1천만 대를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폰 출하량은 2억2470만대로, 1천만대는 전체 아이폰 출하량의 약 4.5%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