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규모 120억 미만 공사현장에서

중대재해 절반 이상 발생

일하고 싶은 60·70대

소규모 건설현장으로 향할 수밖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다가구주택 모습. [연합]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다가구주택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지난 9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의 한 상가공사 현장에서는 철근 배근(철근을 배치하는 것)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 5명 중 60대는 4명, 70대는 1명이었다. 50대 중반 현장소장 A씨는 “이런 소규모 현장에는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노령층은 젊은 사람들보다 힘이 달리지만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소규모 공사 현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60·70대가 증가하고 있다.

10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 산하 건설근로자공제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계약기간 1년 미만 건설근로자 중 건설근로자공제에 가입한 60대 이상 근로자는 2019년 36만6727명에서 올해 8월 41만7008명으로, 13.7% 증가했다. 전체 건설근로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늘어났다. 2019년 22.7%에서 올해 8월 기준 30.4%가 60대 이상 건설근로자였다.

특히 60·70대 건설근로자는 10명 중 4명꼴로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기간 1년 미만 건설근로자 중 단순노무직종에 종사하는 60대는 2019년 37.5%에서 올해 8월 기준 36.9%를 기록했다. 70대 이상은 같은 기간 44.3%에서 44.4%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건설근로자 10명 중 4명이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등 일명 ‘잡부’로 일하는 것이다.

60대 이상 고령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에서 만난 최모(70) 씨는 “매일 나오지만 일주일에 3일 정도밖에 일을 못할 때도 있다”며 “현장에 가더라도 자재를 나르는 정도의 잡부로 일한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한 인력사무소장은 “하루에 많이 올 때는 10명 중에 5~6명 정도가 70대 이상 분들”이라며 “1군 업체는 들어갈 수 없고 개인이 하는 공사 현장에 잡부로 많이 보내는 편”이라고 했다.

문제는 60·70대가 대거 포진한 소규모 공사 현장이 대규모 공사 현장보다 안전 문제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1~9월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건설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237건, 사망자 수는 24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공사 현장에 대한 분류는 따로 없지만 통상 120억원 이하 규모로 통용된다. 공사금액 12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162건으로, 전체 중대재해 중 68.4%를 차지한다. 12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165명으로, 68.2%가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소규모 현장이다 보니 안전관리에 쓸 수 있는 재원이라든지 관리인력이 대규모 현장보다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보건공단에서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는 120억원 이상의 건설 현장만 조사하고 있어 인력이나 재원이 뒷받침해준다면 조사 대상을 소규모 현장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