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박근혜 정부가 기업 오너 이슈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굴지의 재벌이든 중소기업 소유주든 기업의 몸집은 불문이다. 재벌 가석방론(論) 대응, 중소기업 가업상속 원활화를 위한 법안의 국회 통과 등이 ‘발등의 불’이다.

이들 사안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처방’으로 정ㆍ재계에서 거론된다. ‘영어의 몸’인 일부 재벌은 대규모 투자 촉진 차원에서 풀어주고, 중소기업인은 강소기업(히든챔피언) 육성을 위해 상속 요건을 완화해주자는 논리다.

집권 2년차 초반까진 기업에 대체로 중립을 보였던 박근혜 정부는 작년 하반기 이후 ‘경제 올인’ 측면에서 친(親)기업 쪽으로 ‘한 클릭’ 이동했다.

문제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反) 부자 정서’다. 휘발성 짙은 이슈여서 청와대는 사안별로 대응법을 달리하는 전략적 접근을 꾀하고 있지만 ‘바로 이거다’ 싶은 명쾌한 해법은 없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ㆍ재계의 연쇄 가석방 요청, 靑 “…”=횡령 등의 혐의로 형이 확정돼 수감된 재벌 총수에 대한 가석방 여부에 대해 청와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일 월례 경제정책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아는 한 (가석방 등을) 건의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작년말 청와대가 “기업인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이라고 밝힌 만큼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발언은 삼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석방 ‘건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부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 대표는 안종범 수석이 브리핑을 한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어떻게 하면 기업인들 좀 힘을 가지고 사기를 회복해서 열심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 정치권에서 협조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여의도에서 기업인 가석방론에 군불을 뗐던 김 대표가 청와대에서도 에둘러 건의를 한 셈이다.

재계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연초부터 언론을 통해 기업인 가석방을 입에 올렸고,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도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차별을 받으면 안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각계의 이런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가석방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기에 ‘정치적 부담’ 없이 추인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근 미국의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은 재벌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며 가석방 논란을 비판했고, 이에 동의하는 국내 여론도 만만치 않아 결단의 ‘시기’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中企 가업승계 요건 완화엔 목소리 높여=청와대는 중소기업 가업승계 원활화에 대해선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상속세ㆍ증여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고쳐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연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명문 장수기업의 증여세 과세특례의 적용한도를 현행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중소기업의 가업상속이 쉽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 등 여당 의원 중심으로 작년 12월 30일 발의됐다. 같은 달 2일 발의됐다가 부결된 사안이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은 채 재차 발의된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의 업력이 평균 8.6년에 불과하고, 100년 이상된 기업은 7개에 불과한 현실을 벗어나려면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와 관련, “지난 연말 상속ㆍ증여세법상 장수기업을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이 국회에서 부결 처리됐는데 다시 수정ㆍ제출해 아마 이번 임시국회 때 논의가 다시 시작될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일부 새누리당 의원간 ‘공조’ 속에 관련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2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출범식에 참석해 “우리 중견기업의 가업이 원활하게 상속돼 100년, 200년을 이어가는 명문 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히든챔피언’ 키우기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역시 ‘부자 봐주기’라는 역풍으로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속ㆍ증여세법 개정안 등이 지난해 12월초 부결될 때엔 이한구 의원 등 새누리당 측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런 오해 불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종범 수석은 “일부에선 이런 기업가들이 부자들이고, 과도한 혜택이라고 해서 반대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업상속공제는 기업가의 개인자산이 아니고 사업용 자산에 한정해 적용되는 것이어서 한 개인이나 부자를 위해 봐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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