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로존 등 통화정책 선회 기대 확산
“중앙은행 너무 늦게 반응해 경제 피해 우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지난 2년간 물가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실시해 온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이제는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신호에 중앙은행들이 너무 늦게 반응해 경제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여전히 금리 인하 기대가 ‘시기상조’라고 강조하지만 시장에서는 긴축 완화에 무게를 두며 파월 의장의 발언이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유로존 등 주요국에서 통화정책 선회(피벗)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승용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내년 하반기에 연준의 정책목표인 물가 상승률 2%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가 최근 공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내구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내구재 가격 하락을 미국 경제 정상화의 신호로 봤다.
앨런 데트마이스터 UBS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끌어올린 이유가 공급 문제였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면 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떨어지는 자동차 가격은 내년에도 미국 물가의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UBS는 내년 4분기에 미국 물가 상승률이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근원물가 하락이 가속할 것으로 보고 내년 9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1.8%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은 연준 의장의 입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일 “충분히 제약적인 기조를 달성했다고 자신 있게 결론짓기에는 너무 이르며 정책이 언제 완화될지에 대해 전망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오히려 완화적으로 해석하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3만6000을 돌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존은 11월 물가 상승률이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2.4%까지 떨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이에 ECB가 통화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네스 맥피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할 것이기 때문에 ECB는 정책적 실수를 저지를 위험에 처해 있다”며 “ECB의 행동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비오 파네타 이탈리아은행 총재는 “불필요한 경제 활동 피해와 금융안정 위험을 피하기 위해 조만간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시사했고,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라우 프랑스은행 총재도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에선 ECB가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과거 ECB에서 일했던 더크 슈마허 나틱시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내년 봄까지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ECB가 내년 6월 금리를 인하한 뒤 매 회의마다 0.25%포인트 인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요아힘 나겔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하락은 차입비용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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