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역대 최다 54개국·7만명 방문
유영국 작품 22억~25억원으로 최고가
키아프, 8만명 찾아…젊은 관람객 증가
“미술 시장, 점진적 회복 국면 돌입”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국내 최대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6’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6’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5년째 동행을 이어가고 있는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는 미술 시장 불황에도 예년 수준의 관람객이 찾으며 활기를 띠었다. 특히 관람객층은 전보다 더욱 넓어져 한국 미술 시장의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즈, 54개국 컬렉터 방문…역대 최다 기관 참여
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프리즈 서울에는 지난 2~5일 7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역대 가장 폭넓은 54개국의 미술 애호가들이 서울을 찾았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유럽, 북미, 중동 등 25개국에서 178개 미술관 및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관 참여를 기록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올해는 역대 어느 때보다 다양한 국가의 컬렉터와 기관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으며, 신진 작가부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격대에서 작품 판매가 이뤄졌다”며 “프리즈 서울은 점점 더 국제적인 페어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30개국에서 133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10억원 이상의 초고가 작품 판매는 예년보다 줄었지만, 수천만∼수억원대 작품이 대거 팔리면서 참여 갤러리들의 수익은 오히려 좋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프리즈 측은 “수십달러대 작품부터 100만달러가 넘는 작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에서 판매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페어의 최고가는 한국 추상미술 거장 유영국의 작품이 차지했다.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1971년 회화를 22억~25억원에 판매해 프리즈 서울에서 거래된 한국 작가 작품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갤러리 측은 하종현, 박서보, 김윤신의 작품도 판매했다.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작품 5점과 이승택 작품 3점을 팔았다. 김창열 작품은 최고 110만달러(한화 약 14억8000만원), 이승택 작품은 최고 70만달러(약 9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총판매액은 230만달러(약 31억원)를 넘어섰다.
조현화랑은 이배의 작품을 각각 4만~14만달러(약 5000만~1억9000만원)에 판매했으며, 학고재는 이준을 비롯해 송현숙, 채림, 김은정의 작품을 최고 1억1000만원에 팔았다.
BB&M은 이불의 작품을 19만5000~29만달러(약 2억6000만~3억9000만원)에 모두 팔았고, 리안갤러리는 마츠야마 토모카즈의 작품을 29만달러(약 3억9000만원)에, 이강소의 캔버스에 아크릴 작품을 3억2000만원에 판매했다.
제이슨함에선 젊은 작가인 이목하의 작품이 20만달러(약 2억7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해외 주요 갤러리에서도 주요 작가들의 작품 판매가 이어졌다.
하우저앤워스는 라시드 존슨의 작품을 120만달러(약 16억2000만원)에,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을 60만달러(약 8억1000만원)에 국내외 주요 기관에 팔았다.
타데우스 로팍은 아드리안 게니의 회화를 110만달러(약 14억8000만원)에, 안토니 곰리의 작품을 75만파운드(약 13억7000만원)에 판매했다.
알민 레쉬는 이우환의 회화와 조지 콘도의 작품을 각각 125만~150만달러(약 16억9000만~20억2000만원)에, 페이스 갤러리는 유영국의 회화를 110만달러(약 14억8000만원)에 새 컬렉터에 넘겼다.
화이트 큐브에선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를 62만5000유로(약 9억8000만원)에, 글래드스톤에선은 키스 해링의 작품 여러 점을 각각 20만~27만5000달러(약 2억7000만~3억7000만원)에 판매했다.
가고시안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아시아 미술관 등에 판매했고, 데이비드 즈워너는 쿠사마 야요이, 마마 안데르손 등의 회화를 주요 컬렉션에 판매했다.
기관의 소장도 활발했다. 리만머핀은 김윤신의 회화를 국내 주요 미술관 컬렉션에 판매했다. 하우저앤워스는 라시드 존슨의 작품을 국내 주요 기관에, 데이비드 즈워너는 마마 안데르손의 회화 두 점을 국내 미술관에 판매했다.
올해 페어에서는 젊은 갤러리와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소개된 신진 작가들에게 새로운 컬렉터들의 관심이 모였다.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의 한국 작가 작품이 글로벌 컬렉터들에게 진입점이 됐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우국원, 김선우의 작품 등 149만달러(약 20억원)의 판매 성과를 기록하며, 드로잉룸은 젊은 한국 작가 작품을 판매하며 영국, 독일, 튀르키예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참여 갤러리들은 한국 미술 시장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설립자 겸 회장은 “프리즈 서울은 아시아와 세계 미술계를 잇는 중요한 연결점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며 “올해는 하나의 아트페어를 넘어 서울 전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며 국제적인 미술 도시로서 서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고 말했다.
레이첼 리만 리만머핀 설립자는 “올해 프리즈 서울 프리뷰 데이에 판매된 작품 대부분을 아시아 컬렉터들이 구입했다는 점에서 이 지역 미술 시장이 여전히 탄탄하고 깊이 있는 컬렉터층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웬디 쉬 화이트 큐브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는 “서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며 “페어에서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전역의 컬렉터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활발한 판매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스티븐 I-순 리 아시아 아트센터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는 “늘어나는 방문객 수는 서울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 중심지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리즈 서울은 컬렉터들과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라고 평했다.
키아프, 8만명 관람…신규 컬렉터 유입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은 2~6일 닷새간 8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특히 젊은 세대와 신규 컬렉터들의 참여가 늘어나며 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를 확인했다.
키아프 측은 “올해 키아프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미술 시장의 조정기를 지나 시장이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검증된 작가와 주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동시에,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한 동시대 작가와 중견·신진 작가에 대한 관심도 고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키아프는 올해 처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도입하고 정구호 디렉터와 공간과 콘텐츠의 변화를 시도했다. ‘공존(Coexistence)’이라는 주제 아래 인간과 기술, 서로 다른 세대와 매체가 만나는 플랫폼을 마련하고, 특별전 ‘휴멀(HUMAL)’과 이를 증강현실(AR)로 확장한 ‘버추얼 바이털(VIRTUAL VITAL)’,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 ‘키아프 클래식’ 등을 선보였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공간과 전시, 프로그램 전반에서 이러한 방향을 구현하고 관람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페어에선 고가 작품과 중저가 작품이 고르게 관심을 받았다.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작품을 6억~7억2000만원, 장-미셀 오토니엘의 작품 2점을 각 6만2000~7만4400유로(약 1억1000만~1억4000만원)에 판매하는 등 20점 이상을 거래했다.
갤러리현대는 백남준, 정상화, 김보희, 김성윤 등의 작품으로 18억원 이상의 판매 성과를 올렸다.
가나아트는 박은선의 작품 6점은 총 5억여 원에 판매했고, 표갤러리도 김창열, 하종현, 김강용, 위이 등의 작품 6점을 약 5억원에 거래했다.
선화랑은 김정수의 작품(1억5000만원)을 비롯해 총 25점을 판매했고, 노화랑은 이강욱의 회화 7점을 총 2억1400만원에 판매했다.
출품작이 모두 팔리는 작가들도 여럿 있었다.
키다리갤러리는 임일민의 작품 11점을, 옵스큐라는솔 르윗의 작품 3점을 완판했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선 이준학의 작품 5점과 박지영의 작품 8점을, 갤러리윤은 이희영, 김현아, 이갑임의 작품이 모두 주인을 찾았다.
두루아트스페이스의 이상엽 작품 12점과 쉬라이강 작품 6점, 갤러리헤세드의 최지현 출품작도 전량 판매됐다.
해외 갤러리에서도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이 호응을 얻었다.
오페라 갤러리는 알렉스 카츠의 작품을 약 18만달러(약 2억4000만원)에 판매했으며,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정혜윤의 작품 2점을 각각 2만달러(약 2700만원), 3만3000달러(약 4400만원)에 팔았다.
콘필드 갤러리에선 에가미 에츠의 작품 2점이 각각 3만4240달러(약 4600만원), 8774달러(약 1200만원)에, 마크 아셈에선 마르크의 작품 2점이 각각 1만9000유로(약 3500만원), 1만2000유로(약 2200만원)에 거래됐다.
키아프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소개하며 글로벌 아트페어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막시밀리언 에거 코른펠트 갤러리 주니어 파트너는 “한국은 독일에 이어 우리 갤러리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키아프 서울을 중요한 플랫폼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키아프 서울을 통해 한국 미술시장과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더 브릿지 갤러리 공동 설립자는 “키아프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젊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많은 젊은 컬렉터들을 만났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마지막 날까지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을 보며 키아프가 국내외 미술을 소개하는 플랫폼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동시대 예술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며 “앞으로도 키아프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며 새로운 25년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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