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ㆍ신대원 기자]남북간 공존공영을 토대로 하는 ‘통일경제’의 관건은 교류·협력 확대를 통한 근원적인 화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확고히 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머리를 맞대면 답은 충분히 찾아진다. 단계별 대화를 이뤄냄과 동시에 우선 과제 해결에 몰두해야 한다. 이산가족 해법, 개성공단 활성화 및 확대, 금강산 관광 재개 3가지가 그 것이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이산가족들은 고령으로 세상을 뜨고 있다. 더 이상 머뭇대면 민족사적으로 큰 죄를 짓게 된다. 개성공단의 가치와 역할은 막중하다. 삶의 터전에서 남북 주민의 접촉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데다 한 곳에 모여 행정을 논하고, 법규를 해석하고 또 해결책을 모색하는 분단사상 유일한 곳이다. 북측의 노동력과 토지, 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한 상생과 공동번영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성공단은 통일의 ‘허브’이자 본격적인 교류협력의 ‘마중물’로 표현된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간 윈-윈 프로젝트의 대표성을 지닌다. 화해와 교류협력의 이정표로도 손색이 없다. 시리즈 2탄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는 풀고, 개성공단은 키우고, 금강산은 여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통한의 이산가족 상봉 최우선
“고령의 이산가족 분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은 민족적 책무이며, 남북이 함께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다”
통일부가 6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에 남북대화 제의에 응할 것을 재촉구하면서 강조한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진정성과 실천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이후 나온 것으로 남북대화가 성사될 경우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논의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당국자 역시 올해 초 기자들과 만나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민족은 역사에 부끄러움을 안고 가야 한다”면서 “아무리 전쟁을 해도 최소한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있으며 꼭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는 신청인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미 숨을 거두고 생존자 대부분도 고령인 현실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신청자 12만9604명 가운데 6만733명이 사망했으며 생존자 6만871명 중 절반이 넘는 51.4%가 80세 이상이다.
지난해 8월 6만312명이었던 사망자는 두달 뒤인 10월에는 6만733명으로 421명이나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북에 있는 가족의 생사조차 모르고, 한번에 추첨을 통해 100명 정도 상봉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언제 가족을 만날지 기약조차 못하는 형편이다.
줄잡아 7만여명에 이르는 이산가족들이 한번에 100명씩 매달 만나도 60년 가까이 걸린다는 단순 계산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3년내 이산가족들이 최소한 생사확인과 서신교환만이라도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북한은 2013년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불과 나흘 앞두고 금강산관광 재개와 연계시키며 돌연 무산시키는가하면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성사 직전까지도 연례적인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빌미로 막판까지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며 몽니를 부리기도 했다.
우리 역시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 사안과 분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꾸준히 이어지던 이산가족 상봉은 대북강경책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 때는 단 두 차례에 그쳤다.
다행스러운 점은 박근혜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북측이 원하는 부분까지 고려할 것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두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많은 장관급회담이 개최됐지만 가장 기본적인 가족의 생사확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만약 박 대통령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임기 내 이산가족 신청인 전원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을 실현하고 상봉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역사에 남는 업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통일경제의 허브 육성개성공단은 남북 간에 유일한 경협의 장이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비등했어도, 2008년 금강산 남측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에도 정상 가동됐다. 2010년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조치(대북경협전면금지)에도 예외였다. 가치가 그만큼 막중하다는 의미다. 물론 곡절도 없지 않았다. 2013년 4월 한미군사훈련과 ‘최고 존엄 훼손’을 이유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해 5개월 동안 멈춰서는 아픔도 있었다.
개성공단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실로 3년 준비 끝에 착공됐다. 우선 1단계 330만㎡(100만 평)에 9만3000㎡의 시범단지를 조성했다. 공업지역 3단계 중 겨우 1단계의 35%에 해당된다. 현재 입주기업은 지난해 2개사가 늘어 125개사로, 북측 근로자는 5만3000명에 이른다. 1단계가 완료되면 450개사에 10만 명의 북측 근로자가 생산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남북합의대로라면 2017년까지 6600㎡(2000만평)에 1000개 이상의 기업과 35만 명의 북측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입주기업인들은 아직도 일방 폐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또 정치적 태풍이 몰아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스트레스는 근로자 수급문제다. 후발 입주업체 상당수는 필요인력의 절반에 그쳐 투자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잔업거부에다 근로자 한명당 알선료 100~200달러를 요구하는 일이 숱하다고 한다.
우선 현재 5만 명 이상이 고용됐다면 개성일대 가용인력은 거의 동원됐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합의 당시 “안 되면 군병력이라도 투입하겠다”고 했다지만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면 조달 반경을 넓혀야 한다. 육로나 철로를 이용해 개성 외곽지역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둘다 고비용이 문제다. 결국 기숙사 건립이 핵심이다. 정부는 기숙사 건립 예산 600억 원을 이미 교류협력기금으로 거의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2~3배 과밀현상을 빚는 탁아소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광목기저귀가 지천에 널려 위생상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한다. 관계개선이 분명해지면 적극 검토할 사안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는 얘기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금강산 관광,화합의 아이콘으로 196만여 명이라는 대규모 인적교류를 통해 남북한 신뢰형성은 물론 통일의 새로운 단초를 제공했던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햇수로 7년째에 접어들었다.
금강산관광은 지난 1998년 6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500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하는 세계사적인 이벤트를 통해 물꼬를 트고, 이어 5개월 뒤인 11월18일 금강호가 출항함으로써 막이 올랐다.
금강산관광은 이후 2008년 7월 우리 관광객이 북측 초병 총격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으로 중단되기까지 누적 관광객 195만6000여명을 기록했다. 이 사이 해로관광은 육로관광, 승용차관광으로 방문형식이 점차 다양해졌고, 관광일정과 관광코스도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금강산관광은 단순 관광이 아니라 개성공단과 함께 남북한 화해 및 평화의 상징이자 본격적인 남북교류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강산관광이 정치·군사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우선 정치·군사적으로는 장전항이라는 북한의 최전방 군사지역을 개방시키고 남북 당국간 대화채널 유지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
사회문화적으로도 분단 이후 최초의 대규모 남북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민족적 동질성 회복의 장이 됐으며, 금강산관광 관련 각종 법제 제·개정을 통해 남북간 법·제도적 정비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경제적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금강산관광은 민간차원의 북한경제 활성화 지원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통일비용 절감효과를 거뒀으며 무엇보다 북한에 시장경제 학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금강산관광 중단에 따른 우리측의 경제적 손실만 해도 국민경제 및 지역경제활성화 효과와 관광수지개선효과 등 총 28억372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강산관광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재개를 위한 분위기도 더디게나마 조성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애초 관광재개 조건으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신변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장 등 3대 선결조건을 내세웠지만 최근에는 가장 기본적인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신변보장이 핵심이라는 입장으로 다소 유연해진 상황이다.
물론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금강산 등 경제개발구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층 더 간절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미 중국 관광객 유치와 마식령스키장과의 연계 등 금강산관광에 큰 공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금강산관광 재개의 경우 대량살상무기 확산이나 인권문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다는 기류다.
이 연구위원은 “금강산관광 중단 장기화로 북한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북한 경제 개발이 지연되면 결국 통일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강산관광 재개를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연계하는 등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강산관광 재개 조건과 관련해서는 “남북이 언급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관광재개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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