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관광객 반토막…“국내 가느니 일본, 베트남 가겠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설을 맞아 가까운 일본과 동남아시아 관광지로 떠난 여행객들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북적거렸다. 내국인의 외국 여행 수요는 꺾이지 않는 반면, 외국인들이 찾는 국내 관광은 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12일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사이에 2026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난 반면 국내로 들어온 관광객은 999만명에 불과했다.
내국인조차 외면한 K관광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국내에서 많이 가는 대표적인 관광지인 전남 여수는 관광객 수가 반토막 났다. 지난해 여수 해상케이블카 방문객 수는 약 120만명으로 하루 평균 3280명 꼴이었다. 2017년 연간 방문객이 약 265만명, 하루 평균 7270명이었기에 반절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이같은 국내 관광 규모 축소의 원인을 두고 “어디를 가든 케이블카, 흔들다리 일색인 특색 없는 관광지”, “관광객 상대로 한 철 장사 열 올리는 바가지 물가”가 지목됐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1박에 30만원 하는 국내 펜션 갈 돈으로 동남아에선 특급 호텔에 투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방 뿐만 아니라 서울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관광지인 종로구 광장시장에선 한 점포가 손님에게 1만5000원에 모둠전 10여개를 팔아 ‘바가지’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일본 엔화가 전례없는 환율로 값싸지면서 제주도 대신 일본 여행을 택한 여행객도 많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696만명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250만명 추정)의 2.8배나 됐다. 일본 유명 관광지에서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잘 들린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관광시장을 먹여살렸던 유커(遊客·중국 단체 관광객)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때 명동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더 많아졌다.
국내를 찾는 외국인들의 씀씀이도 더 축소됐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고객 매출은 9212억원이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더 적었던 1년 전(2022년 11월, 1조3010억원)과 비교해서도 4000억원 가량 더 적다. 1명당 구매 액수도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수년간 명절과 연휴 때마다 내국인 관광 수요가 국내로 향하지 않고 전부 해외로 나가는 문제는 꾸준히 조명돼 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관광지의 ‘콘텐츠 부재’라는 근원적 문제를 그대로 두고 숙박 쿠폰을 배포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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