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일본의 미국 교과서 왜곡 시도를 두고 미국 학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사에 책임있는 사과를 보이지 않고 일본 스스로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본 정부도 교과서 수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 교과서까지 왜곡하려 한다는 데에 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19일(현지시간) 언론과의 논평을 통해 “미국 교과서를 상대로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려 하는 건 학술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동북아 전문가인 더든 교수는 “역사연구나 저술, 출판에 대해 국가가 간섭하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국가에서 이 같은 행위가 일어나는 건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항하는 일본 시민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미국 교과서 출판사에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관방장관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가 교재에서 위안부 문제와 ‘일본해’ 호칭 문제 등에 대해 중대한 사실을 오인하고, 일본 입장과 다른 기술을 넣었다”며 “지난해 12월 중순 재외공관을 통해 출판사 간부에 기술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현 시점에서 (기술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출판사의 방침이 일본 정부에 전달된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출판사의 대응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이다.
미국 출판사 맥그로힐은 지난 14일 이 회사의 세계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교과서를 집필한 허버트 지글러 미 하와이대 교수에게도 일본 정부가 별도로 접촉해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맥그로힐은 ‘전통과 교류 과거에 대한 세계적 관점’이라는 제목의 교과서에서 ‘1930년~1940년대 일본군이 20만명에 달하는 14~20세 여성을 강제로 모집하고 징집해 위안소라 불리는 군 시설에서 일하도록 강요했다’, ‘이런 행위를 은폐하고자 수많은 위안부를 학살하기도 했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정부가 올해 예산에 전쟁과 관련된 일본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는 사업에 500억엔(4500억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미국 내 동북아 전문가도 미국 정치정보지 ‘넬슨 리포트’를 통해 “일본의 행동은 미국의 지적 자유를 질식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학자와 출판업자가 당장 이 같은 행동을 중단하라고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ㆍ일 동맹을 의식해 조심스럽게 우려의 입장을 밝히는 데에 그치고 있다”며 미국 내 학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일본 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갈수록 많은 일본 전문가가 ‘일본이 도덕적 잣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 미국인조차 이번 사건을 통해 일본이 무엇을 삭제하려 했는지 알게 됐다. 일본은 스스로 명예에 먹칠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학자들과 출판업자들은 일본 정부가 출판문제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오바마 행정부에 요청하고 미국 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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