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열풍속 고려대 이번엔 김치녀 대자보 ‘여성비하 vs 반성의 기회’ 대학생들 반응 다양
‘안녕들 대자보’ 열풍의 진원인 고려대에 이번엔 그 연장선상인‘ 김치녀’ 대자보가 붙었다. 기자가 지난 15일 찾아간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김치녀’로 호명되는 당신, 정말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어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 자리는‘ 안녕들’ 바람이 시작된 자리다. 지난 해 12월 한 고려대 학생이 작성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로 시작된 이 화두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교와 직장, 심지어 해외까지로 퍼진‘ 안녕들 하십니까’는 민영화 문제와 파업, 대선 개입 의혹, 밀양 송전탑 건설 등 다양한 얘기를 사회에 던졌다.
중앙대 학생들이 만든 ‘안녕들 하십니까’는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했고, ‘커밍아웃’을 통해 동성애 문제에 관심을 호소하는 ‘안녕들’도 있었다.
이런 시점에 ‘김치녀’가 안녕들 시리즈로 대두된 것이다. 김치녀는 극우 성향 ‘일베’ 사이트를 비롯해 인터넷에서 개념 없는 여성을 비하해 부르는, 일종의 ‘으르렁말’이다.
대자보는 “그동안 안녕들 하십니까 움직임은 다양한 이슈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며 “이러한 이슈 가운데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여성 혐오를 뜻하는 ‘김치녀’ ‘된장녀’ 같은 단어가 노골적ㆍ일상적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비판하며 “그 ‘개념 없음’의 잣대는 남성에게 적용되는 것과는 다를뿐더러 몹시 자의적이고 폭력적”이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TV 프로그램에서는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을 당연하게 웃음거리로 삼고 비하하지만, 키 180㎝ 이하의 남자를 루저라고 말한 여성은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채 사회에서 매장당해야 했다”며 “발화자의 성별에 따라 외모를 평가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이중적인 잣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특히 “성형을 했다고 해서, 못생겼다고 해서, 연애 상대에 대한 취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처녀가 아니라고 해서, 섹스를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김치녀’라는 프레임은 보편적 여성 혐오에 기반을 두기에 “한국 여성 중 누구도 ‘김치녀’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며 “이제는 안녕하지 못한 김치녀들이 모든 한국의 여성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성 혐오가 보편적인 사회에서 ‘정말로’ 안녕하신 건지 말입니다”라며 글을 맺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이 학교 영어영문과에 재학 중인 신모(22ㆍ여) 씨는 “일상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내뱉는 김치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재학생 김모(25) 씨는 “김치녀라는 표현이 여성 비하적인 것은 맞지만, 남성들이 여성 혐오를 갖고 있다고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강모(23ㆍ여) 씨는 “실제 문제가 이처럼 심각하진 않은데 대자보를 통해 되레 일반화되고 부각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기훈 기자ㆍ이현용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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