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지위, 직업, 학력, 출신배경 등에 따라 알게 모르게 등급이 나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일적으로 거래처 바이어를 만나거나 한 분야의 전문가를 상대해야할 때면 식은땀이 흐르기 일쑤다.
이런 어려운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는 바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어색함과 나 보다 더 잘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우리는 늘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앞에서도 주눅 들 필요 없다”고 단언하는 이가 있다. 바로 출신, 배경, 학벌 등 그 무엇 하나 잘 난 것 없지만 1957년 방송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5만 명 이상의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해왔고, 본인의 이름을 건 대담 프로그램을 25년간 진행하며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세계 최고의 앵커이자 ‘토크계의 전설’ 래리 킹이 그 주인공이다.
래리 킹은 “수줍음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구나 바지를 입을 때 한 번에 한쪽씩밖에 못 입는다’는 속담을 상기하는 것”이라며 “소수의 선택받은 가문 출신을 제외하면 우리들 대부분은 거의 같은 조건에서 출발했으며 열등감을 느끼거나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발간된 책 ‘대화의 신’은 래리 킹이 그동안 축적해온 수많은 인터뷰와 대화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왜 말하기를 두려워하는지, 말주변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지 등 그의 50년 말하기 노하우를 집약시켜놓았다.
그는 ‘진심 어린 경청’과 ‘솔직함’은 소통을 위한 최고의 무기라고 제안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과의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관한 질문을 통해 관심을 유도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특히 ‘질문만 잘해도 대화는 끊기지 않는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을 말하라’,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1:1로 공략한다’ 등 명확하고 단순한 솔루션을 비롯해 회의에서 휘둘리지 않고 말해야할 때, 프레젠테이션으로 승부를 봐야할 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할 때 등 상황에 따른 대화법 등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말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지만 말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래리 킹은 꼭 말을 유창하게 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천성적으로 과묵하고 조용한 사람이 갑자기 수다쟁이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을 많이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 핵심이 되는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래리 킹 역시 50여 년 전 첫 방송 때는 입속이 사막처럼 말라붙고 혀가 굳어 방송 사고를 일으킬 뻔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언론인들의 롤모델로 칭송받고 있는 것처럼 누구나 긴장할 수 있고 어색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그 다음부터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한때 유행했던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자동차 광고 카피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상대를 사로잡는 래리 킹식 대화법이야 말로 정글 같은 사회에서 장그래 같은 미생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필승전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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